ADVERTISEMENT

경찰비리 속출,툭하면 발표 번복…못믿을 신창원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창원 (申昌源.31) 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가, 사건 축소를 위해 申과 타협하는가.

申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경찰의 비리와 은폐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조사결과 발표가 번번이 번복돼 경찰의 수사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난이 잇따르자 경찰은 1주일여 만에 수사를 조기 종결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 은폐 일삼는다 = 부산교도소를 탈주한 申을 서울까지 태우고 가다 강도를 당한 택시기사가 경찰특별조사팀에 지난 21일 밤 자진 출두, "두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 고 밝히지 않았다면 택시기사는 졸지에 탈주 공범으로 몰릴 뻔했다.

당시 신고를 받은 부산 강서경찰서는 공조요청도 하지 않은 채 형사 6명을 서울로 보냈으나 申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의 신고 자체를 2년6개월 동안 철저히 숨겨 왔다.

조사팀은 이를 모른 채 "택시기사가 탈주과정 조사의 관건" 이라며 색출 의지까지 표명했다.

또 지난 1월 8일 전북 익산에 나타난 용의자가 申이었음을 자체 감찰을 통해 밝히고서도 이를 숨겨왔다.

특별조사팀 소속 경찰관의 집이 申에 의해 털렸던 사실도 피해자의 이름을 부인으로 등재해 숨겼다.

이와 함께 申의 도피행적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교통신호위반 등으로 적발돼 세 번에 걸쳐 범칙금을 물렸음에도 한 차례 적발된 것만 공개했다.

◇ 1만달러 주인 따로 있다 = 서울 동부경찰서는 21일 申이 훔친 1만달러의 주인이 모델협회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달러를 털린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경찰청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와 확인했으며, 물증을 갖고 있다" 고 자신감까지 보였다.

결국 조사팀.경찰청.일선 경찰서 등이 모두 따로 돌아가면서 애꿎은 사람만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피해자를 찾지 못하고 申이 알려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 강도강간 가능성 희박하다 = 조사팀은 21일 "申이 지난해 7월초 충북청주에서 부녀자를 강도강간한 혐의가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는 단순절도로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申이 대질을 요구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조사팀 내부에서조차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경찰관 申동거녀 성폭행 부인하고 있다 = 경찰청은 申을 추적하던 경찰이 申의 동거녀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지만 당사자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15시간이나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상태에서 감찰팀이 申의 일기장만 믿고 윽박질러 할 수 없이 시인하는 서류를 꾸몄다.

경찰이 申을 검거한 이후 궁지에 몰리자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 수사 종결 서두른다 =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 단계" 라고 밝혀 자체 비리가 계속 드러나자 대충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대로라면 ▶공범여부 ▶장물처분과정 ▶범행 대상에 대한 정보 입수 경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찬 기자, 부산 = 최재희.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