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군 60돌 … 대구 11전투비행단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구11전투비행단에서 F-15K를 조종하는 조종사 19명이 F-15K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종사를 한 명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공사 때부터의 훈련비용·인건비 등 포함)은 평균 100억원. 조종사들 뒤에 서 있는 항공기 가격 1200억원과 합하면 이 사진 한 장 속에 3100억원이 담긴 셈이다. [대구=김상선 기자]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1주일 만인 1950년 7월 2일. 북한군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던 시기 한국 공군 소속 조종사 10명이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날아갔다. 미 공군기지인 이다쓰케에서 운용하던 F-51 전투기 10대를 들여오기 위해서다. ‘무스탕’으로 불리는 F-51 도입은 공군 전투력을 단숨에 끌어올린 한국 공군사의 전환점이 됐다. 처음으로 전투기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F-51을 인수하러 간 조종사들은 동체에 그려진 미국 공군 마크(검은색 원 안에 흰색 별을 그리고 원 양쪽에 3개의 선이 있는 모양)를 지우고 태극을 그려 넣었다. 이게 한국 공군기 마크의 효시가 됐다.

박승철(학군 19기·중령 진급 예정) 122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이 조종사 헬멧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김상선 기자]

10월 1일로 공군이 창군 60주년(49년 10월 1일 창군)을 맞는다. 공군의 발전사는 전투기로 대변된다. 대구에 위치한 11전투비행단 윤창배(공사 40기) 중령은 “6·25 때 전투기를 몰았던 선배들이 지금의 우리가 작전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가는 F-15K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59년 전 F-51은 공대공 전투가 주임무지만 당시만 해도 미사일이 개발되기 전이어서 기관총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적기 뒤에 붙어 기관총으로 격추시키는 ‘꼬리잡기’(도그파이터)가 주된 전술이었다. 하지만 F-51과 F-15K는 초창기의 비행기와 우주선으로 비교할 만큼 차이가 난다.

F-15K는 조종간의 계기판 작동을 하지 않고도 조종사가 쓰고 있는 헬멧만으로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다. 조종사 헬멧의 조준 시현기가 신형 공대공미사일(사이드와인더)과 연동돼 있어서다. 조종사 헬멧의 고글에 고도·속도·비행자세 등의 정보가 나타나 조종사가 굳이 계기판을 볼 필요 없이 헬멧으로 목표물을 조준한 뒤 발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적기를 향해 미사일이 날아가도록 돼 있다. 헬멧 한 개 가격은 2억원. 미 공군에서도 일부 전투기에만 사용되는 최신 장비다. 첨단인 데다 가격이 비싸 훈련을 마친 조종사가 착륙하면 가장 먼저 헬멧부터 챙긴다.

대당 가격이 1200억원(무기 포함)인 F-15K는 최신 전자장치가 즐비하다. 조종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비가 전자화됐다. 비행 때 지참하던 지도도 디지털로 컴퓨터에 입력돼 있다. 조종사들은 출격 전 부대의 컴퓨터에서 DTM(Data Transfer Module·외장하드)에 비행 경로와 사격, 전술기동 등 비행 임무를 미리 입력한다. F-15K는 미국을 포함해 일본·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보유한 F-15 가운데 최신형이다.

무엇보다 F-15K의 무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영수(공사 38기·중령) 122전투비행대대장은 “공대공·공대지미사일 등 10t의 무기 장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슬램-이알(SLAM-ER)은 대구 인근에서 발사하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골대 안을 명중시킬 수 있다. 슬램-이알은 목표 지점 근처로 다가가면 자체 카메라가 가동돼 표적의 영상을 F-15K로 전송해 조종사가 마지막까지 표적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준다. 공군 관계자는 “골대에 골키퍼가 보이면 골키퍼를 피해 명중시킬 수 있다”며 “이제는 건물이 공격 목표가 아니라 건물의 창문을 때릴까, 출입문을 때릴까 고민해야 할 만큼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초정밀 공격이 가능해 전투기와 조종사의 생존율도 높아졌다.

11비행단은 베트남전에서 맹위를 떨친 F-4D 팬텀기도 운용해 왔으나 최신예 전투기를 들여옴에 따라 내년 6월 F-4D는 퇴역한다. 박재복(공사 29기·준장) 11전투비행단장은 “창군 60년 만에 세계 최고 기종을 우리 공군이 운용하게 됐다”며 “방위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의 위상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수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F-15K(Slam Eagle) 성능과 제원

■ 길이 19.4m, 높이 5.7m, 폭 13m

■ 최대 속도 : 마하 2.5

■ 전투 반경 : 공대지 임무 1500㎞/공대공1800㎞(대구~독도 325㎞)

■ 무장

- 공대공 미사일 AIM-120C 8기(사거리 68㎞), AIM-9X 4기(사거리 22㎞)

-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 2기(사거리 270㎞), 공대함 미사일 HARPOON 2기(사거리 205㎞)

- 정밀유도폭탄 JDAM 7기(사거리 24㎞), GBU-24 5기(사거리 20㎞), GBU-10/12 5/11기(사거리 12.9㎞)

■ 주요 장비

- 10개 목표물 동시추적 레이더

- 적외선 탐지 및 정밀 침투공격 장비

- 헬멧조준시현기(JHMCS) 등

■ 가격 1062억원(무장 포함 시 1200억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