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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삼성컴퓨터 용산서 조립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값싼 용산 전자상가의 조립 컴퓨터를 살까, 비싸더라도 메이커 제품을 살까,' 소비자입장에서는 컴퓨터 (PC) 를 살 때 마다 매번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는 중고나 메이커 제품을 사는 게 좋고, 손에 익은 사람은 조립 컴퓨터를 사는 게 좋다" 고 말한다.

초보자는 사소한 일에도 애프터서비스를 불러야 하는 일이 많아 A/S체계가 양호한 대기업제품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조립PC가 훨씬 유리하다. 똑같은 성능의 조립컴퓨터가 메이커 제품보다 최고 절반 정도 값싼데다 원하는 기능을 자기 맘대로 확장하고 추가할 수 있기 때문.

용산 전자상가는 누가 뭐래도 '컴퓨터 왕국' 이다. 따라서 이곳은 컴퓨터에 관한 한 반도체 부품 등 모든 것이 도매가격으로 움직이는 국내에서 유일한 전자상가 시장구조라 그만큼 값도 싸다.

본지는 15일 이같은 특수한 유통구조를 지닌 용산 전자상가 내 ㈜구미컴퓨터에서 대표적인 삼성전자 제품 (M6200 - DD04) 을 갖다 놓고 똑같은 성능의 조립컴퓨터를 만들어 가격.품질 등을 비교해 봤다.

이 결과 조립컴퓨터는 삼성전자 제품 (소비자 가격 2백30만원) 의 실제 시중 판매가인 1백70만원 안팎보다 55만7천원 (32.7%) 이나 더 값싼 1백14만3천원이었다. 소비자가격을 대비할 때는 무려 1백15만7천원 (50.3%) 이나 싸다. 메이커와 조립제품의 가격 차이는 최신 제품일 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구미컴퓨터의 김인철 사장은 "조립제품은 광고비가 안 드는 데다 부품을 값싸게 공급받기 때문에 메이커보다 훨씬 쌀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서 만든 조립컴퓨터는 삼성제품의 주요 부품 12개 가운데 10개 (키보드와 외부케이스만 틀림) 를 똑같이 써 기능상 차이점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용산 전자상가의 길거리에서는 최신형 펜티엄Ⅲ 제품을 조립 패키지로 59만원까지 싸게 판다는 전단을 나눠 주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이 터무니 없이 싼 제품의 경우 중앙처리장치 (CPU) 등의 기능이 한 두 가지씩 빠지는 저급 부품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삼성전자측 설명 = 아무리 똑같은 부품과 성능을 가진 상품이라도 시장에서는 브랜드 별로 가치가 서로 달라 소비자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또 대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각종 실험과 내구성 확인 등의 검증과정을 거쳐 조립 컴퓨터와 달리 품질이 보증돼 있다.

이밖에 애프터서비스와 광고비용을 감안하면 조립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큰 것은 정상적이다.

◇ 본지 기자가 직접 조립컴퓨터를 사용해 본 소감 = 조립제품은 CD롬 타이틀을 넣고 운영할 때 삼성 제품보다 소리가 다소 크게 났다. 또 제품을 가져와 직접 설치할 때 스피커 연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전문가에게 의뢰해 고칠 때까지 '멍텅구리' 컴퓨터를 그대로 써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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