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충청권 의원들 '창당하면 동네북만 된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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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측은 국민회의와의 합당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내년 4월 총선 때 '합당 후보' 로 나서는 게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내각제 연기의 대안 (代案) 으로 나오는 합당론은 '악수 (惡手)' 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동복 (李東馥.전국구) 의원은 "자민련 지지의 보수층이 등을 돌릴 뿐 아니라 이미지 혼란이 겹쳐 공동여당 의석이 1백30석 (현 1백60석)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고 걱정했다.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 강도는 거세다.

연내 개헌의 대국민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 터에 양당이 합당하면 총선에선 야당과 여론의 몰매를 맞는 '동네북 신세' 가 된다고 흥분한다.

김칠환 (金七煥.대전 동갑) 의원은 "3당 합당으로 치러진 92년 총선에서도 민자당 내 공화계는 충청권에서 3명만 생존하고 궤멸됐었다" 며 "내각제 약속도 지키지 못할 신뢰성 위기상황에 합당은 총선 실패" 라고 주장했다.

이원범 (李元範.대전 서갑) 의원은 "정권 초기라면 몰라도 민심 이반현상이 심각한 지금 합당론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 이라고까지 했다.

때문에 합당 문제가 현실로 등장할 경우 일부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도 예상되는 분위기다.

합당 때의 통례대로 '1대1' 공천지분' 이 약속되더라도 국민회의 현역 의원의 반발 등 뇌관이 곳곳에 깔려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합당의 모양새를 크게 하기 위해 한나라당 일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3자 대통합' 형태의 신당 그림에 대해서도 시큰둥하다.

한 의원은 "솔직히 말해 현 정권 지지도가 하강세인 마당에 무슨 수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영입하느냐" 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이들은 내각제 연기의 파장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답답해 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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