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지사 수뢰 파장] 꼬리문 구설수 '5억' 결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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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창열 경기도지사가 뜻밖의 직격탄을 맞고 침몰 중이다.

부인 주혜란씨와 함께 경기은행장으로부터 각각 1억원과 4억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관.장관.경제부총리 등을 지내고 민선단체장으로 변신했던 화려한 공직생활이 갑작스레 마감되게 됐다.

林지사는 이미 청와대.국민회의 중앙당으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따르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경우, 즉 ▶금치산 선고를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 (失效) 되지 않은 사람 등은 자치단체장의 직위를 상실하도록 돼 있다. 선출직인 林지사의 경우 비록 구속되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틸 경우 강제로 그만두도록 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경기도청 공무원들조차 "이미 도덕성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은 만큼 정상적 도정 운영이 가능하겠느냐" 며 林지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林지사가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옥중 결재' 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무원들의 입장이다.

인구 9백만에 31개 시.군을 거느리고 있는 경기도는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그만큼 결재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주례회의 때마다 공직자들의 성실과 근면을 강조하고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하라고 강조하던 사람이 어떻게 부부가 함께 5억원대의 돈을 받을 수 있느냐" 고 분개해 하기도 했다.

林지사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올 1월 열린 경제청문회 때 환란 책임론으로 곤욕을 치렀고 최근엔 '최순영 (崔淳永) 리스트' 연루설에다 불법선거 시비 등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다 부인 朱씨마저 고위층 부인 옷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아 더욱 궁지에 몰렸었다.

특히 지난해엔 朱씨가 임대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리아 비즈니스 센터의 건물주가 부도를 내면서 전세금 3억8천여만원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당시 朱씨는 주위에 돈 걱정을 많이 하고 다녀 돈이 필요한 상태라는 사실이 폭넓게 알려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런 와중에도 사회 진출 초년생인 林지사의 장녀는 1천7백25만원을 주고 고급 헬스클럽인 서울 휘트니스의 회원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뛰어난 업무파악 능력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눈에 들어 당내 (黨內) 의 숱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던 林지사. 이제 승승장구는 끝나고 언제 날개를 접을 것인지 시기 선택만 남은 형편으로 전락했다.

보궐선거는 자치단체장이 사표를 낸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치르도록 돼 있다.

林지사 부부에 대한 사법처리는 또 정부 제2사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끌어내고 있어 정계와 공직자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수원 =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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