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1 중간.기말고사 성적평가가 '엿가락' 이다.
상당수 고교들이 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어렵게 출제된 과목은 재시험을 실시하거나 출제문제 사전 예시 등 노골적인 '쉽게 출제하기' 에 나서고 있다.
고1에게 적용될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보다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가를 둘러싼 학교.학부모 갈등이 커지는 등 자칫 3년 전 '학생부 파동' 이 재현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 실태 = 서울 Y여고는 지난 8일 1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을 치렀으나 지난 13일 다시 시험을 실시했다.
한 교사는 "1차 시험 결과 학생들 평균성적이 60점 미만이어서 대부분 학생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가' 를 맞게 돼 2차 시험을 봤다" 고 밝혔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학교측이 1차 시험을 20%만 반영하고 재시험을 80% 반영하기로 해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손해보게 됐다" 며 반발했다.
서울 I여고는 지난 8일부터 실시한 1학년 기말고사 때 영어 담당교사가 사전에 교과서내 출제 범위를 알려줘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무회의에서 1학년 평균점수가 75점 이상 나와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다" 고 말했다.
서울 B고교는 최근 실시한 1학년 기말고사 평균 점수를 70점으로 정한 뒤 대부분 과목 교사들이 예상문제 1백개 정도를 제시, 그 중에서 30개 정도를 출제했다.
B고교 한 교사는 "암기과목은 중간고사보다 평균 30점이 올라 학생 절반 이상이 '수' 를 맞을 것 같다" 고 말했다.
또 이 학교의 기말고사 수학과목에는 초등학생이 풀 수 있는 수준의 분수문제가 출제됐다고 한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지난 5월 서울지역 6개 학교의 중간시험 국어.영어.수학시험 문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문제의 50%는 중학 3학년 학생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중에는 기말고사 문제가 너무 쉬워 1학년 절반 이상이 '수' 를 맞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 원인 =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학생부 비중이 상당히 커진 데다 현재 고1부터 학생부 학업성취도 (수.우.미.양.가) 산출방식이 완전 절대평가로 변경됐다.
현재의 고2까지는 교육부 '고교학업성적 관리지침' 의 '교과별 성취도 평정환산표' 에 따라 같은 80점이라도 평균성적이 '44점 이하' 면 '수' , '45~49점' 이면 '우' 등 과목마다 평균점수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다르다.
그러나 고1부터는 평균에 관계없이 90점 이상이면 '수' 에 해당하는 등 절대 잣대가 생김에 따라 고교가 성적 올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다 2002년에서는 대부분 대학이 학생부 성적 중 '과목석차 (등수)' 보다 '학업성취도' 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성적올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문제 유출.엉터리 문제 출제 등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재시험을 볼 수 없다" 며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해 재시험을 봤다면 학교장을 문책하겠다" 고 밝혔다.
오대영.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