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길 끈 개혁의 두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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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개혁의 목소리가 드높다.

기업에서 정부까지, 인권에서 사회보장까지 과거의 체계를 대신할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제도와 관행을 고치자는 개혁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고창 (高唱) 되고 있다.

개혁이 무엇인가.

묵은 것을 새롭게 고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발전의 동력을 불어넣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최근의 두 가지 사례에 주목하면서 개혁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재경부의 낙하산식 인사에 제동을 건 중앙인사위원회의 결정과 병무비리를 수사 중인 국방부 감찰부의 기무부대 사무실 압수수색이 그것이다.

지난 정부조직 개혁때 신설된 중앙인사위는 공석 중인 조달청 차장 인사안에 대해 "차장은 조직의 내부결속과 직원 통솔력을 갖춰야 하는 자리인 만큼 조직사정을 잘 아는 전문관료여야 한다" 며 재경부가 1순위로 추천한 재경부 국장 대신 2순위 추천자인 서울조달청장을 임명토록 결정했다.

관행대로라면 재경부장관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됐을 것이고 조달청 내부에서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중앙인사위는 공직사회의 관행인 지연.학연.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낙하산 인사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이번에 실제 그런 사례를 하나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사위의 결정이 나쁜 선택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합리적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오랜 인사관행을 깬 인사위의 결정은 그 자체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무부대 압수수색도 49년 기무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군기밀을 취급하고 수사기능까지 갖고 있어 강력한 권한을 휘둘러온 기무사의 위상을 생각하면 그 부대원의 비리와 관련해 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역시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하다.

법을 가로막고 있던 특수관행을 깬 일이나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고 했다는 기무사령관의 반응은 실천이 중요한 개혁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개혁대상이 있다.

그 중에는 누가 봐도 금세 알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오랜 관행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많다.

가령 부패방지.인권확보.검찰중립화 등은 이미 헌법 등으로 규정된 것이나 정권의 필요성이나 사회적 여건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젠 으레 그러려니 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냥 지나쳐온 개혁대상도 찾아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위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하기에 따라 수십년 관행도 철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개혁의지는 검찰중립 등 더욱 큰 과제로 확산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을 바로세우고 모든 개혁의 성공토대를 마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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