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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김종철 교수 에세이집 두권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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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학평론가로서는 잊혀지고 격월간 '녹색평론' (91년말 창간) 의 발행인으로 기억되는 김종철 (52.영남대.영문학) 교수가 에세이집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삼인.1만3천원) '간디의 물레' (녹색평론사.7천원) 를 함께 펴냈다.

두 책은 본격 문학평론집 '시와 역사적 상상력' (78년) 이후 최근까지 김 교수의 행보를 담은 것인데 전자는 생태학을 시적 상상력과 결부시킨 문학비평적 글들을 담았고 후자는 일상적 삶과 환경의 문제를 연결시킨 것이다.

저자가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생태철학은 '보살핌' 이다.

"일상생활이란 습관이고 욕망의 거미줄입니다. 우리 자신의 참다운 생활을 위하여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 욕망이며 무엇이 가짜 욕망인지를 분별하기 위한 교육이 지금처럼 절실한 때가 없었습니다" ( '시적 인간…' 중에서) 고 말하면서 " '거대 기계에의 욕망' 을 버리고 '보살핌의 경제' 로 돌아가야 한다" ( '간디의…' 중에서) 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두 책에선 추상적 문학논의에 반기를 들고 리얼리즘을 강조했던 70년대 당시 그의 문학평론가적 흔적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다.

막연한 과학 지상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과학의 진정성.성실성 회복' 부분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를 '문학의 과학성 추구' 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학의 원천이자 삶의 근원인 진정성.성실성을 과학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시적 인간…' 에서 언급된 그의 문학평론에 대한 인식도 주목할 만하다.

"요즘의 문학평론가들은 문화와 정치적 주제까지 끌어안고서 누가 더 급진적인가를 경쟁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는 말로 자신의 문학평론 외면현상을 설명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대신 저자는 '인간.흙.상상력' 의 연결고리 속에서 새로운 문학적 감수성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저자의 평론범위가 '지구와 생태' 라는 큰 이름의 시 (詩) 로 옮겨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간디의…' 는 역시 인도의 경제를 모델로 한 영국인 슈마하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를 떠올리게 한다.

개발 이데올로기 극복과 '걸어다니기' '고무신' 등을 말하는 것에서 슈마하의 '중간 기술' 의 논리가 한국적 의미로 되살아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디게 가면서도 '섬김' 과 '더불어 사는 지혜' 를 이 두권의 책으로 이끌어내는 재미는 여간 새롭지가 않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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