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금리 인상이 던져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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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6월 이후 여덟 차례 금리인상으로 미국 금리는 1%에서 3%로 높아졌다. 일시적인 경기둔화를 무릅쓰고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제 한.미간 금리 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 연준이 시사한 대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양국간 금리 역전까지 가시권에 접어든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의 해외 유출 우려는 한층 높아졌다. 개방 경제에서 금리에 따라 돈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국채보다 미국 재무부 채권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 주식자금도 이탈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도 그 폭과 자금의 해외 이탈 정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긍정적인 측면까지 감안한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우리 통화정책을 재점검해볼 단계가 됐다. 그동안 금리가 낮은데도 기업들의 투자나 국내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정책이 약효를 내지 못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경기 바닥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통화당국이 쉽게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자칫 국내투자 위축과 고용감소,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2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통위는 경기회복과 물가안정, 자금의 해외 이탈 방지라는 선택지를 놓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행히 신용카드 사태에 따른 후유증은 수습되는 국면이다. 반면 국내 경기와 세계경제는 2년 동안 엇박자를 계속해 왔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재경부와 정치권도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금통위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치유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미묘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