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방송프로 이용, 자녀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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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의 권위있는 BBC방송이 한 남자의 의도적인 가족살해에 이용당해 시청자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BBC방송의 '숨겨진 이야기' 라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에레즈 티보니 (31) 라는 기억상실증에 빠진 남자가 경찰서를 찾아가 "내가 누구인지 찾아달라" 고 호소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그의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정했다.

제작진은 추적끝에 그가 이스라엘 태생이며, 부인과 남매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작진은 그가 기억을 되찾아 가족과 해후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꾸미기로 했다.

티보니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으로 빠른 속도로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했다.

제작진은 우여곡절끝에 그의 가족을 찾아냈고, 마침내 감격적인 상봉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티보니는 촬영 후 가족과 조용한 시간을 갖겠다며 방송진이 자리를 피해줄 것을 요구했다.

제작진이 방을 빠져나간 사이 티보니는 사탕 박스에 준비해 간 휘발유를 한살배기 딸과 네살배기 아들에게 붓고 불을 질렀다.

둘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티보니의 아내 에티는 경찰에서 티보니의 폭력에 시달리다 텔아비브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티보니는 자신을 버린 가족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기로 결심했고 BBC방송은 여기에 걸려들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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