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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반발 배경] '원자탄 60개 제조분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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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영국으로부터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해상반입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둘러싸고 국제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소동은 95년에 이어 두번째다.

문제의 플루토늄은 일본이 그동안 한번 사용한 핵연료 1만5천t을 프랑스에 맡겨 재처리해 추출한 30t 중 일부. 운반량에 대한 공식발표는 없으나 그린피스는 4백40㎏, 일본언론들은 3백50㎏으로 추정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언제라도 핵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질로 이번 운반량은 원자탄 44~6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번엔 우라늄과 섞인 혼합산화물 (MOX) 의 형태로 32개의 통에 나눠 운반된다.

일본은 이를 일본 서부 간사이 (關西) 전력의 후쿠이 (福井) 현 다카하마 (高浜) 4호 원전과 동부 지방인 도쿄 (東京) 전력의 후쿠시마 (福島) 현 제1원전의 연료로 각각 사용할 계획이다.

운반을 맡은 영국핵연료 (BNFL) 는 기관포와 로켓포로 무장한 2척의 선박에 나눠 일본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항로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주한 일본대사관측은 운반선의 대한해협 통과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동해변에 위치한 다카하마로 가는 운반선이 대한해협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처리시설이 없는 일본은 94년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해외에서 재처리, 플루토늄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풀 서멀 (full thermal) 계획' 을 수립,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계획이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허술하게 해상으로 운송한다는 점이다.

테러조직에 탈취당하거나 사고로 배가 가라앉을 경우 전세계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준다는 지적이다.

또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사용할 경우 보통의 핵폐기물보다 훨씬 강한 방사능을 지닌 폐기물이 나온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그동안 주민들과 환경단체를 상대로 핵폐기물에 대한 안전대책을 충분히 갖추겠다고 설득해왔으나 아직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사용하기로 돼있는 다카하마 4호기가 이달 초 냉각수 누출사고를 일으켜 안전시비에 휩싸인 상태다.

◇ 국내 환경단체 반응 = 환경단체들은 플루토늄을 실은 일본 선박이 동해를 통과하다 사고를 낼 경우 우리나라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 저지에 나서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金惠貞) 조사국장은 "플루토늄 4백40㎏을 실은 수송선은 '떠다니는 체르노빌' 로 특히 다카하마 핵발전소로 가는 수송선은 부산에서 불과 50㎞ 떨어진 한.일 접경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 경고했다.

金국장은 "이번 수송계획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달 중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과 부산지역에서 대대적인 규탄시위를 벌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 정부 반응 =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플루토늄을 운반할 경우 각국은 보완을 이유로 주변국에 정확한 수송경로를 밝히지 않는 게 관례" 라고 밝히고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일본측에 구체적인 운송일정과 사고시 비상대책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고 밝혔다.

파리 = 배명복.도쿄 = 남윤호 특파원, 양영유.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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