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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차리기…예절 교육 찬스

중앙일보

입력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된다. 서울 방산초 3학년 백영서양, 박정우군과 함께 추석 차례상과 예절에 대해 알아봤다.

글로벌 시대일수록 전통문화·예절공부 중요
“차례상은 지방과 집안마다 차리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요. 하지만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마음만은 똑같지요.” 지난 23일 오후 메이필드 호텔 한정식당 봉래헌. 이금희(42) 조리장이 정성이 가득 담긴 추석 차례상을 내왔다.토란탕과 쇠고기 적·송편·생선·나물 등 평소잘 먹지 않는 생소한 음식들을 본 백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회에 다니는 이유로 차례를 지내보지 않은 탓이다. 박군도 피자와 햄버거가 없는 차례상이 썩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이 조리장은 “추석 차례는 조상님께 올해도 과일과 곡식을 잘 자라게 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며 “명절 때만이라도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우리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을 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훌륭한 퓨전 한식도 결국엔 전통 한식을 제대로 알아야 하더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리더들은“글로벌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입을 모은다.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최정화(54)교수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명절문화나 전통음식·악기·춤 등을 설명해 주면 한국뿐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는다”며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문화와 예절을 잘 익혀두는 것도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때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글 디자인으로 세계무대를 사로잡고 있는 이상봉 디자이너도 “세계에서 통하는 디자인은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부터 나온다”며“전통명절을 즐기면서 선조들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 우리 것과 역사를 공부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예절 교육으로 올바른 인성 길러줘
“어른을 모시는 자리에서는 두 손을 다소곳하게 모아서 잡아야 돼요.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하세요.” 중요무형문화재 85호 석전대제(문묘에서 지내는 큰 제사) 이수자 최성종(66) 선생이 두 학생에게 공수(拱手)자세를 설명했다. 명절때마다 차례를 지내는 박군이지만 공수를 하는 이유, 큰절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배운 적은 없다. 그러나 최 선생이 큰 절 시범을 보이자 곧잘 따라 했다. 백양은 여자의 큰절인 숙배(肅拜)를 배운 뒤 “이번 추석에는 웃어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겠다”며 밝게 웃었다.

절은 상대방에게 공경과 존중을 표시하는 기초적인 행동예절이다. 절하는 방법만 제대로 배워도 인성교육을 톡톡히 받은 셈이 된다. 최 선생은 “핵가족이 일반화된 요즘은 배려심이 부족하고 예의 없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며 “명절은 가족이나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 깊은 자리인 만큼 예의범절을 올바르게 배우고 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최동수 선수(LG 트윈스)의 예를들어 학생들에게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항상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아들의 모습을 감독이 유심히 지켜보다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준 덕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잘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실력 외에 겸손한 자세와 예의를 갖추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촌수 따져보고 자신의 가계도도 그려보자
최선생은 또 두 학생에게 가문의 시조가 누군지 물었다. “박혁거세”라는 박군의 대답에 그는 “조상중에 훌륭한 위인이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그런 훌륭한 사람의 자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덕담했다.

한가위를 맞아 자신의 근본과 추석의 유래,의의를 알아보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된다. 몇몇 학교에서는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에 할아버지·할머니의 성함, 본관 등을 물어보고 전통놀이도 함께 즐겨보는 활동을 과제로 내주기도 한다. 고양 한내초 정무용 교감(56)은“촌수를 따져보고 자신의 가계도를 그려보면 조상의 뿌리를 찾아봄으로써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인성교육의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화초 허승환(41) 교사는 “귀성·귀향길이 고생스러워도 학생들은 친척들과 만났던 시간을 즐겁게 기억한다”며“짧은 추석연휴지만 부모님과 함께 차례상도 차려보고 보름달을 보고 소원도 빌어보는 체험을 꼭 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설명]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박정우군과 백영서양이 이금희 조리장(왼쪽 첫번째)이 차린 차례상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공수자세는 최성종 선생이 가르쳐줬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Tip 추석에 가족과 함께 해요
1. 부모님과 차례 음식 준비하기
2. 강강술래와 씨름 등 전통놀이 즐기기
3. 친척들과 함께 촌수를 따져보고 가계도 그리기
4. 할아버지에게 붓글씨로 좌우명을 적어달라고 하기
5. 아버지 따라 성묘 가서 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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