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11~1915] 장기이식 첫발 내딛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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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12년12월11일 스톡홀름] 프랑스 출신 알렉시스 카렐박사가 혈관봉합과 생체조직의 체외배양을 성공시킨 공로로 올해의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카렐박사의 연구 업적이 관심을 모은 것은 '혈관이 손상될 경우 다른 부위나 남의 혈관을 이용할 수 있다' 는 것도 획기적 사실이지만 그간 인류가 꿈꾸어 오던 사람이나 동물의 장기 이식을 실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카렐 박사는 1900년 리용대학 졸업 후 2년만에 찢어지거나 끊어진 혈관을 잇는 시술법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1904년 도미 (渡美) , 시험관 속에 인간의 조직을 떼어 넣고 혈액을 순환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이 세포는 죽지 않았다.

그는 수상기념 강연에서 "장차 신장.갑상선 등의 장기이식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 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 장기이식 그후…연 수만명 살리는 '의학의 꽃'

"토요일 무명의 외과의사에서 월요일 세계적 유명인사가 됐다. " 지난 67년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을 집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리스티앙 바나드박사의 고백이다.

카렐박사의 혈관봉합 의술이 성공한 이후 54년 콩팥이식, 63년 간이식에 이어 67년 마침내 생명의 상징인 심장까지 이식하게 됐다.

그러나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완벽한 수술에도 불구하고 18일만에 숨지고 만다.

남의 장기를 싫어하는 거부반응 때문이다.

난관에 봉착한 장기이식을 재도약시킨 것은 70년대 초 등장한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이 약의 보급으로 이제 외과의사들은 혈관구조가 치밀해 수술이 어려운 안구와 뇌를 제외한 어떠한 장기도 이식할 수 있게 됐다.

98년 미국에서만 2만명의 생명을 구하는 등 장기이식은 명실상부한 20세기 의학의 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기증 장기의 부족.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인공장기와 동물장기를 이용한 이종 (異種) 이식. 사상 처음으로 82년 미국 유타의대팀에 의해 인공심장이 이식됐다.

여기에다 복제양 돌리의 출현으로 가시화한 생물 복제기술이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의 대량복제에 응용된다면 장기부족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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