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복의 파리산책] 佛대통령 옥죄는 파리시장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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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트르담 성당을 벗어나 센강 우안 (右岸) 으로 들어서면 르네상스풍의 화려한 건축물과 마주치게 된다.

파리시청이다.

지난 95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자크 시라크 (66) 는 17년간 이곳 주인으로 있으면서 집권의욕을 불태워 왔다.

파리시장이 되기 한해 전인 76년 시라크는 중도우파 정당인 공화국연합 (RPR) 을 창당한다.

늘 정치자금에 쪼들리는 정당을 이끌면서 동시에 한해 예산만 2백억프랑 (약 4조원) 이 넘는 파리시 살림을 주물러온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시라크는 파리시장 후임자를 고르는 데 꽤나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민 끝에 택한 인물이 현 시장인 장 티베리 (64) . 티베리 시장이 며칠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됐다.

시라크 시장 밑에서 파리시 서민주택 건설과 분양업무를 총괄하면서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받아 RPR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혐의다.

프랑스 검찰은 유령취업 문제도 조사 중이다.

서류상 파리시청 공무원으로 있는 것처럼 꾸며 타낸 월급으로 수십명의 RPR 직원 인건비를 댔다는 것이다.

모두 시라크가 파리시장으로 있을 당시 일들이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티베리는 입건되기 얼마전 2001년 시장선거 재출마를 선언했다.

당장 대통령과 공유하고 있는 '비밀' 의 위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티베리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2002년 대선 재출마 자체가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라크도 티베리의 독자행보에 제동을 못 거는 처지다.

아름다운 파리시청을 바라보며 냄새나는 복마전을 떠올리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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