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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저자와의 만남’ - 『노서아 가비』작가 김탁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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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역사소설을 많이 쓴 소설가 김탁환씨(오른쪽). “작품 영감은 술과 함께 오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작업하는 중에 찾아진다”고 비결을 밝혔다. [최승식 기자]

“남보다 늦게 문학을 시작했으니 마음이 급해 시간을 쏟아 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2년 정도 고시 공부하듯 매일 소설 읽고 쓰고 했던 습작시절 버릇이 남아 지금도 하루 8시간씩 집필을 합니다.”

『불멸의 이순신』 등을 쓴 우리 시대의 탁월한 역사소설가 김탁환(41). ‘소설 노동자’를 자처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23일 저녁 서울 동숭동 서울연극센터에서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 자리는 서울문화재단과 본지가 연중 독서캠페인 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저자와의 만남’. 신종 플루 탓인지 평소보다 적은 60여 명의 독자들은 작가가 진솔하게 털어놓는 이야기자락마다 때론 웃음을, 때로는 탄성을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초기작 중 역사물의 반응이 좋았던데다 신봉승 선생 등 주위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왜 역사소설을 쓰느냐는 질문도 가볍게 받더니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역사소설이라고 과거만 다루는 것이 아니고, 또 영웅들의 빛나는 면만이 아니라 고뇌와 콤플렉스까지 제대로 그려내는 것이 문학의 소명입니다.”

그는 고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면서도 철저한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집필하는 것으로 이름났다. 때문에 “글도 되고 힘도 있을 때 작품 집필에만 매달리기 위해” 이달 초 KAIST 교수직을 그만뒀다고 하자 객석에선 안타까운 탄성이 새어 나왔다.

이날 모임의 주제인 최근작 『노서아 가비』(살림)가 화제에 오르자 조선 말 파란만장한 삶을 산 궁녀를 다룬 『리심』을 쓰려 자료조사를 하다 구상했다고 밝혔다. 강연 후 질문시간에 “시인들과 술자리를 안 한다는데 이유가 무엇이냐”(여화원· 44· 주부)는 질문에 그가 “시인들은 새벽까지 마시다가도 영감이 왔다며 아름다운 시를 건지곤 하는데 소설가는 다음날 머리만 아프고 며칠씩 집필을 못하는 바람에…”라 답하자 왁자하니 웃음이 쏟아졌다.

“오붓한 분위기가 마치 토크쇼를 한 느낌”(김탁환), “작품 뒷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새롭고 정말 좋다”(배성한·39·회사원) 등 작가, 독자 모두에게 행복한 밤이었다.

김성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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