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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밀레니엄 작가] 10. 도로시 엘리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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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흑인 영가처럼 마음을 뒤흔드는 격정과 차분하면서도 긴 여운을 함께 묘사해 낼 수 있는 재능을 지닌 미국 작가 도로시 앨리슨 (50) .자기 소설의 인물이 내는 목소리를 청취하는 놀라운 청각과 이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문체는 작가로서 그녀를 지탱시키는 힘이다.

시인이자 수필가 그리고 소설가로 이미 미 문단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가진 앨리슨이 처음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것은 92년 첫 소설 '캐롤라이나의 천둥벌거숭이' (Bastard out of Carolina) 를 발표하면서. 이 소설은 50년대 미국 남부의 빈민가정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본이란 고집 센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가족이야기다.

가정의 울타리 속에 자리한 폭력과 그 속에서 고통받은 아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저변에서 앨리슨이 갈구하고 있는 것은 가족들의 유대감과 사랑, 특히 엄마와 딸 사이의 끊을 수 없는 모정이다.

이 작품은 의붓아버지의 성적학대 같은 충격적인 내용과 저자 특유의 어구 등으로 발표후 곧 베스트셀러가 됐고 전미도서상 최종심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 후 이 작품은 안젤리카 휴스턴 감독에 의해 '돈 크라이 마미' 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앨리슨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빈민가정에서 14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적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두 번째 소설 '케이브드웰러' (Cavedweller.98년) 역시 출간 후 미국에서 첫 작품 못지 않은 환호를 받았다.

록밴드의 리더를 사랑해 폭력적인 남편과 두 딸을 버리고 떠난 여인이 방황 끝에 20여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비극적인 얘기가 주조지만 결국 가족간의 용서와 사랑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녀에게 '캐롤라이나…' 가 자전적 얘기를 통해 독자들을 감동시켰다면 '케이브…' 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확신시켜준 작품으로 의의를 가진다.

이밖에 앨리슨의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고백적으로 기술해 '캐롤라이나…' 의 뼈대가 되기도 한 에세이집 '트래쉬' (Trash) 와 80년대 쓴 시들로 '미움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지녔다' 란 호평을 받은 시집 '나를 증오한 여자들' (The Women Who Hate Me) 등이 있다.

페미니스트로도 명성을 가진 앨리슨은 최근 뉴욕타임즈 등 언론에 글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사인회 등을 통해 팬 과의 활발한 만남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캐롤라이나…' 가 '돈 크라이 마미' (맑은소리) 란 제목으로 번역돼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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