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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집값 올려 지방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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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최근 들어 적잖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부산.대구.춘천 등 전국 7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투기지역제도를 지난해 도입한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날 건설교통부는 충남.충북의 5개 군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풀어줬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광역시와 지방 중소도시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단순한 연착륙 대책에 그치지 말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라고 주문해 오던 터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뿐 투기억제라는 큰 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해명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일련의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일관된 특징이 발견된다.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차별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도권은 계속 조이고 지방은 선택적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정부는 투기지역 해제기준을 적용할 때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기로 했다"며 이런 차별정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부동산 투기대책을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연계시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꽁꽁 묶어놓고 지방의 규제만 풀면 시중의 부동자금과 투기자금은 규제가 덜한 지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된 곳에는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자금이 몰리고,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에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고기가 물 만난 듯 달려갈 것이다. 그 결과는 땅값과 집값의 상승이다.

그러나 지방경제를 일으킬 산업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주민의 소득이 늘지 않는데 부동산 가격만 올린다고 지방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할까. 오히려 땅값이 오르면 기업들이 투자를 더 꺼릴 우려가 있다. 지방에 사는 집 없고 땅 없는 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차별적인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에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우려가 있다.

장세정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