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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銀, 한국서 달러빌려 동남아서 짭짤한 돈놀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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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달러가 풍부해지면서 외국은행이 한국에서 돈을 빌려 국제금융시장에서 굴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기만 했던 한국 금융기관들이 처음으로 외국은행들의 단기 달러 조달기지 역할을 하는 것.

외국계 D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25일 홍콩지점을 통해 필리핀 한 은행에 연 5.7% 금리로 1주일 대출을 하기 위해 한국 콜시장 (하루짜리)에서 1천만달러어치의 원화를 4.7%에 빌렸다.

미국 달러 1주일 리보 (런던 은행간 금리) 는 이날 5.22%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빌리는 비용이 더 낮은 수준. D은행은 곧바로 국내 시중은행에 이 원화를 하룻동안 빌려주는 대신 같은 액수의 달러를 받고, 하루 뒤 서로 되돌려 주는 계약 (스왑) 을 했다. 이 거래로 환위험은 없게 된 것.

시중은행 입장에선 넘치는 달러를 놀려 둘 수 없는데다 달러보다는 원화가 굴릴 여지가 커 이 계약을 했다.

외국은행들은 또 5월 이후 국내 달러 콜시장에서 미 달러 리보 (1주일) 보다 0.2% 가량 낮은 4.6% 정도로 달러를 빌려 싱가포르 지점 등을 통해 굴리고 있다고 외환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시중 은행들은 달러 운용을 못해 4.6%에라도 대출하지 못하면 타행 예치로 기껏해야 3~4%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외은 지점의 이같은 거래로 서울 외환시장을 통한 달러 공급규모는 하루 평균 3억~4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거래가 1년간 계속된다면 외국은행들이 적어도 연 3백만~4백만달러의 이득을 따먹는 셈이다.

외은 지점 관계자는 "외국은행들은 달러 시장에서 단기금리가 낮고 장기금리가 높은 점에 착안, 한국에서 단기로 자금을 끌어들여 해외에서 장기로 굴리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인우 연구원은 "외국은행들이 달러를 빌릴 수 있는 것은 국내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높은 달러 유동성을 갖고 있으나 이를 운용할 방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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