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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키스탄 끝 안보이는 카슈미르 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투가 갈수록 확대, 전면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26일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 고 밝혔다.

인도는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카슈미르 접경지역에 3만5천명의 병력과 중화기를 추가배치했다.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장관은 "필요하다면 휴전선을 넘으라는 결정을 내릴 것" 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도 수도 카라치 공항 등 주요시설에 대공포를 설치했다.

25일 미국의 특사인 앤서니 지니 미국 중부사령관을 만난 샤리프 총리는 카슈미르 지역의 전투는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평화회담이 결렬된 뒤 양국은 교전수위를 높였다.

파키스탄은 인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7주째 계속된 전투로 인도군 1백68명이 숨졌으며 파키스탄군은 3백47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 교전현황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과 시아첸 빙하 사이의 해발 5천m고지대는 얼음이 녹는 4월말에야 인도군이 올라가 참호를 설치하는 곳. 올해는 예년보다 눈이 일찍 녹는 바람에 파키스탄 쪽에서 올라온 이슬람 게릴라들이 먼저 고지를 차지해버렸다.

인도군이 유럽의 눈신 (雪靴) 제조업체를 찾았으나 이미 이슬람 게릴라들이 5천켤레의 눈신을 싹쓸이했고 보온재킷 등 다른 특수장비들도 매점해버린 뒤였다.

인도군은 5월 들어 20년만에 처음으로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파키스탄 국경을 넘은 인도군 전투기와 무장헬기 수대가 파키스탄의 대공포에 격추되는 등 세계의 지붕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확전양상이다.

접경지역의 인구 집중 마을인 드라스와 카르길이 인도군 공습으로 불길에 쌓였고, 서부지역인 우리와 푼치도 집중공습을 받았다.

이미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인 스카르두 등에서는 힌두교도 1만5천여명이 인도령 카슈미르로 피난길에 올랐고, 접경지역에는 인도군 3만5천여명 등 양측 정규군 8만여명이 대치중이다.

◇ 양국군사력

전문가들은 재래식 무기에선 인도가 두배 가까운 전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게릴라들은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한 데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단련된 무자헤딘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뛰어난 실전 전투력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재래식 군사력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

두나라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상대방의 중심부를 강타할 수 있는 사정거리 2천㎞이상의 아그니Ⅱ (인도) 와 가우리Ⅱ (파키스탄) 미사일 발사실험을 끝마쳤다.

특히 양측은 서로를 의식,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군비지출 규모도 파키스탄이 국내총생산 (GDP) 대비 6%, 인도가 2.5%로 중동지역 다음으로 높아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주변국 반응

강대국들의 입장도 갈라져 있다.

18일 독일 쾰른의 선진8개국 (G8) 정상회담은 파키스탄측에 이슬람 반군의 즉각철수를 요구했다.

미국은 중재를 위해 국무부차관과 중부사령관을 파견하면서 파키스탄의 철군을 주장했다.

이는 핵문제에서 파키스탄이 훨씬 까다롭게 나오기 때문. 인도는 핵무기를 방어에만 사용키로 약속했으나 파키스탄은 핵 선제공격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자신들의 국경선 획정 잘못의 책임이 있는 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내심 인도편이다.

그러나 중국은 파키스탄에 우호적이다.

"분쟁 당사자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 는 언급에 그쳤다.

파키스탄은 무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지원받고 있고, 중국은 62년 중.인 국경분쟁 이후 인도를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카슈미르가 국제분쟁화하면 중국이 코소보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떠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철호.김종문.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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