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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명문대 신화이룬 英BBC방송 사장 선임 다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영국 방송계에서 '아이디어의 귀재' 로 소문난 그레그 다이크 (52) 피어선 텔레비전 사장이 세계 최대의 공영방송사인 영국 BBC의 사장에 선임돼 화제를 끌고 있다.

BBC 이사회의 크리스토퍼 블랜드 이사장은 25일 "그레그 다이크를 내년 4월부터 존 버트 현 사장의 뒤를 이어 5년 임기를 수행할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고 발표했다.

BBC의 사장은 12인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선임하는데 이번엔 무려 6개월간의 논의 끝에 7명의 후보 중 다이크가 선정된 것. BBC 사장의 권한은 상당하다.

40만파운드 (약 8억원) 의 연봉을 받으면서 매년 20억파운드 (4조원) 의 예산을 집행하고 2만3천여명의 직원들을 관할한다.

이런 자리에다가 다이크의 경력을 감안할 때 이번 그의 BBC 사장 선정은 영국에선 '인간승리'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이크는 영국 지도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 출신이 아니다. 또 집안 배경도 형편없다. 그러나 오로지 혼자만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영국 상업방송계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백화점 견습사원과 지방의 소규모 지역신문 임시 기자직을 전전했다. 하지만 방송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뒤늦게 잉글랜드 중부 요크대를 마치고 지역 상업방송인 런던 위켄드TV에 PD로 들어갔다.

이 방송사에서 대중적인 각종 토크쇼를 개발해 성공한 그는 상업방송 TV - am사로 옮겨 중.하류층의 눈높이에 맞춘 각종 인기 시사프로그램을 줄줄이 개발해 파산직전의 회사를 구했다.

특히 그는 지도층 인사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로 유명한 인형극 형식의 시사풍자 프로그램을 크게 히트시키면서 영국 상업방송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80년대말 다시 런던 위켄드 TV로 돌아가 편성국장을 맡은 그는 서민들의 생생한 삶을 다룬 각종 드라마와 시사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이 회사를 영국 최고의 인기방송국 자리에 올려놨다.

게다가 회사가 높은 값에 팔리면서 그레그는 스톡옵션으로 8백만파운드 (1백60억원) 를 받아 백만장자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상업방송 체질이어서 품위와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받고있다. 또 현 집권당인 노동당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비난도 있다.

"국익보다 진실이 우선한다" 는 모토에 따라 전통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 왔던 BBC가 그의 취임 이후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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