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의 '사과학'] DJ 집권후 최고수위 사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일 러시아.몽골 방문 귀국 직후에도 사과 발언을 했지만 강도는 이날보다 훨씬 못했다.

그 때는 " (옷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면서도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의 퇴진문제에 대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라는 표현을 써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랬던 金대통령이 이날 '조건없이,가장 낮은 자세로 (청와대 비서관)' 사과를 한 것이다.

金대통령은 관계 비서관이 준비한 여는 말에 앞서 자신이 직접 다듬은 사과부터 했다.

"일시나마 그런 (민심 수용에 인색했다는 비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안타까운 일" 이라며 "크게 반성하고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 했다.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의 반응과 뒤이은 후속조치의 내용에 따라 국면을 전환시키기도 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향후의 조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97년에는 한보사태가 악화되고 차남 현철 (賢哲) 씨 개입 의혹이 증폭돼 민심이 사나워지자 "아들 허물이 아비 허물 (2월 25일)" 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YS의 불법 대선자금 지출 시비로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해지던 97년 5월 30일 그는 방송에 직접 나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고 했으나 "정치개혁이 좌초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 는 '엉뚱한' 발언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