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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3. 우린 지금 명동으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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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명동은 화장품 냄새를 짙게 풍긴다. 어느 골목을 들어서도 라일락 같은 화장품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신사거리의 대명사인 명동이 여성의 향기로 뒤덮인 셈이다.

일본인 미치코 (23.여) 는 "명동은 한집 건너 화장품, 한집 건너 미장원 같은 이미지" 라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숙녀거리" 라고 단정했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을 살펴보면 이같은 변화를 금세 읽을 수 있다. 중앙우체국 골목을 따라가면 좌측으로 '열린화장품' '충무화장품' '컬러화장품'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보이호텔 골목으로 들어서도 '아담' '탤런트 특설매장' '미니몰' '뷰티아트' '이브' 등 20평 이상의 대형 점포만도 40여곳이 밀집돼 있다.

요즘은 구두점포가 1백13개나 있는 중앙통의 '구두거리' 까지 화장품이 파고들었다.

'믹스존' '뷰티렛' 1, 2, 3호점, 샬롬화장품 등이 이미 이곳을 선점한 것. 화장품점이 IMF 이전보다 무려 두배 이상 늘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구두와 의류점포가 매출부진과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뒤 대신 화장품점으로 개조된 것이다. IMF 이전에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보증금 5억원에 한달 임대료 2천만원을 주고도 이윤을 남기는 것은 그들만의 비법. 점포당 3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30%의 마진으로 한달 평균 9천만원을 번다. 이 돈을 임대료.인건비.순익으로 3등분하는 게 이곳 상인들의 장사 방법이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 전쟁' 이 치열하다. 점포의 구호가 길거리를 메운다.

'2만원 이상 화장품을 구입하면 1만원어치 증정품을 줍니다' (믹스존) , '2만원짜리 마스카라를 1천원에, 주름 펴는 5만5천원짜리 레티놀을 6천원에 팝니다' (뷰티아트) , '명동의 최저가를 보장합니다. 크림도 무료로 줍니다' (이브매장) . 아예 점포 이름이 '화장품 할인매장 20% - 80%' 인 곳도 눈에 띈다.

수도권 지역의 국산 화장품 시장은 연간 1조5천억원 규모. 방문판매 등을 제외하고 점포에서 파는 화장품은 53% 정도인 8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명동상가가 무려 10%를 차지하는 8백억원 안팎으로 국내 단일시장으론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여기다 수입화장품까지 포함하면 연간 1천억원대의 시장을 놓고 국내외 업체가 명동에서 영토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 김시래.최재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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