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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육개혁] 우리는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달 초 서울 강남 K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난데없이 교실 유리창이 박살난 적이 있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복장불량으로 교사의 지적을 받자 이를 전해 들은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자녀를 포함해 다른 학생들이 보는 자리에서 "왜 내 아이를 심하게 대하느냐" 며 행패를 부린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다음날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사과를 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으나 학교와 학부모간 신뢰가 완전히 깨져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자녀 체벌에 분노한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쇠파이프로 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학부모의 교사폭행도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학부모와 학교간의 이같은 관계악화는 일부 교사의 촌지수수에서 비롯된 교사들의 권위 추락, 학부모들의 빗나간 교육열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라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현재 교육계에서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철저히 '자기 자녀' 라는 좁은 울타리에 집중돼 있을 뿐 학교 공동체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4월 초.중.고교 학부모 3천6백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바람직한 학교참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일반 학부모들의 관심은 빈약하다.

학교운영을 학교측에 일임하거나 정보만 제공받는 수준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돈 걷는 기구' 로 전락해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치맛바람이 아닌 진정한 학부모 역할 찾기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학부모 단체인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전풍자 공동대표는 "자기 자녀가 대학에만 들어가면 교육에 관심을 끊는 학부모가 많다" 며 "학부모들이 관심의 폭을 학교 전체, 나아가 지역사회로 넓히려는 포용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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