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히타치, 한국에 밀려 벼랑끝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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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NEC - 히타치의 메모리 분야 합작은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벼랑 끝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 반도체시장은 기술과 규모 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 현대 - LG,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의 3강 각축 구도가 공고해지고 있다.

주력제품인 64메가D램의 현물시장 가격이 5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점쳐졌다.

생산비용에서부터 궁지에 몰려있다.

주력제품인 64메가D램 개당 생산비용은 마이크론이 5~5.5달러로 가장 낮고, 삼성.현대가 5.5~6달러인데 비해 일본업체들은 7~7.5달러에 달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7년보다 6.6%포인트 늘어난 40.9%로 올라선 반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3.4%포인트 떨어지면서 36.3%에 그쳤다.

일본 업체들이 출혈경쟁에서 최대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때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였던 NE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4.6%나 줄어 세계4위로 전락했고, 히타치도 46.9% 감소하면서 4위에서 9위로 처졌다.

반도체산업은 한번 뒤처지면 기술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은 더욱 초조해졌다.

또 갈수록 반도체 개발비용과 설비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적과의 동침' 을 통해서도 생존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합작회사의 출자비율과 경영권 향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단 NEC가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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