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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원외교에 다시 힘을 모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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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인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는 요즘 리튬 전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금속 가운데 가장 가벼운 리튬은 대부분 씻겨나가고 소금 사막 아래서만 발견되는 희귀 금속이다. 그동안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쓰이던 리튬이온전지가 전기자동차에 본격적으로 장착되면서 리튬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지금 리튬을 확보하지 못하면 나중에 친환경차량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울지 모른다. 우유니 사막 채굴권을 손에 넣기 위해 전 세계가 혈안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원유 값은 연초 대비 77% 올랐고 경기 회복의 가늠대인 구리 가격은 121%나 치솟았다. 내년부터 런던금속거래소가 희소 금속의 선물거래까지 허용하기로 해 언제 투기세력이 달려들지 모를 상황이다. 최근엔 달러가치마저 약세로 돌아서 원자재 가격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원 확보를 게을리하다 2년 전 오일쇼크로 우리 경제가 파탄지경에 몰렸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발 빠른 행보는 매우 주목된다. 올 상반기 원유 확보를 위해 러시아·브라질 등에 뿌린 차관만 45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소 금속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호주의 아연광산을 인수한 데 이어 볼리비아의 리튬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무기를 수출하고 볼리비아 대통령의 고향에 학교를 지어줄 정도다. 반면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에는 높은 장벽을 둘러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희귀 자원 수출관세를 15%로 올렸고 중국투자공사(CIC)를 앞세워 네이멍구의 광물자원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일본도 자원 경쟁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수조 엔의 엔 차관을 앞세운 일본 정부가 앞장서고 도요타자동차와 종합상사들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은 전체 수입액 가운데 원자재 비중이 60%에 이른다. 원자재 값이 치솟으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경제 전체가 홍역을 앓게 되는 구조다. 우리만큼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절실한 나라도 없다. 정부는 희소 금속들을 뒤늦게 비축원자재로 선정했지만 리튬의 경우 적정 비축재고량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출범 초기 반짝 자원외교를 펼쳤던 이명박 정부는 1년 가까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느라 자원 확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자원 외교를 다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원 외교는 뿌린 것만큼 거둔다. 오일쇼크 이후 안간힘을 쓴 끝에 우리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6.5%로 2년 전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또 광물자원공사는 한나라당 이상득 특사의 지원사격을 받아 볼리비아와 리튬 개발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한다. 자원 확보는 이처럼 장기적인 전략 아래 꾸준히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중국과 경쟁하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