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젊은여성 길거리에 '털썩'…'다소곳함 잃었다'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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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도쿄 (東京) 의 시부야 (澁谷).하라주쿠 (原宿) 등에서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잡담하는 여고생들과 흔히 마주칠 수 있다.

종이 한장 깔지 않은 맨땅에 주저앉아 친구를 기다리며 멍하니 행인들을 쳐다보는 20대 여성 회사원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을 일컫는 '땅바닥족 (族)' 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서있으면 피곤하잖아요. " "카페에 들어갈 돈이 없어요. " "이게 가장 편해요. " 비교적 깨끗하게 청소돼 있는 길바닥도 이들을 유혹한다.

땅바닥족은 백화점.지하철역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저앉는다.

해진 청바지 차림은 물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까지도 거리낌이 없다.

방에서는 조신하게 꿇어앉고, 길에서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서서 기다리는 전통적 일본 여인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도쿄신문은 최근 땅바닥족 특집을 싣고 이들의 의식.행태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도쿄여대 하야시 미치요시 (林道義.심층심리학) 교수는 "가정내 규칙도 약해졌고 수치심도 사라졌기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여자영양대의 오하라 히데오 (小原秀雄) 명예교수는 "편한 자세만 좇다가는 직립 (直立) 이란 인간의 장점을 상실하고 결국 인류의 퇴화로 연결될 것" 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밖에도 "늘어나는 노숙자들로 땅바닥에 주저앉는 데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불황과 실직자 양산에 따른 스트레스가 젊은이들의 꿈과 활력을 뺏어갔다는 사회학적 분석도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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