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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제사의식 신석기부터 존재'-서울대 임효재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인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문명사적으로는 청동기 시대부터 형식을 갖춘 제사의례가 시작됐다는 게 그동안의 학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사의 출발을 신석기 시대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고고학회장을 지낸 임효재 (任孝宰) 서울대 고고학 조사단장은 지난 1월부터 조사중인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 고속도로 건설지역 내 '는들' 유적지에서 신석기 시대의 제사지역으로 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한 '회자형 (回字形) 방형구 (方形溝)' 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로.세로 각각 12.4m, 12.7m로 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판 이 도랑은 폭이 0.8~1.3m 정도이며, 깊이는 30~50㎝정도. 바닥에 입자가 고운 니토 (泥土 : 진흙)가 있는 점을 미뤄 이 도랑에 물이 채워져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任교수는 이 도랑에 대해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매우 특이한 것" 이라며 "제사를 지내는 성역 (聖域) 과 외부를 엄격히 분리하기 위해 도랑을 파고 물을 채워넣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도랑으로 경계 지어진 내부에서는 의식을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발견됐다.

任교수가 이 지역을 제사지역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이 밖에도 몇 가지 더 있다.

이 지역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구릉에 자리잡고 있으며 부근에서 옥돌로 만든 길이 1㎝ 미만의 작은 석부 (石斧 : 돌도끼)가 여러개 발견됐다는 점 등이다.

평지가 아닌 고지대는 주거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며, 실용성과 거리가 먼 작은 돌도끼는 제사 등 의례용으로 사용됐다고 보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지역에서 쌀이 아닌 특이한 곡물이 발견됐다는 사실. 任교수는 촘촘한 채에 흙을 붓고 물에 넣어 흔든 다음 흙에 섞인 내용물 만을 건져내 이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워터 프로테이션 (Water Floatation:浮遊)' 기술을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영희 (韓永熙) 고고부장은 는들 유적지에서 발견된 '회자형 방형구' 에 대해 "성역시한 제사지역으로 보는 任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며 "제사유적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견" 이라고 평가했다.

韓부장은 "지난 79년 전부 부안에서 발굴된 계화도 유적도 단순한 유적으로 보아 넘겼으나 옥돌로 만든 작은 돌도끼가 있었고 사람이 살기 힘든 고지대에서 발견된 점 등이 는들 유적지와 비슷해 제사유적지의 관점에서 재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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