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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마르트 로베르 '기원의 소설…' 번역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소설이 다루는 무궁무진한 소재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소설의 이론. 그 중에도 어느 소설 못지 않게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프랑스 독문학자 마르트 로베르의 72년도 저서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 (문학과지성사.1만원.사진) 이 번역돼 나왔다.

저자의 출발점은 프로이트의 '신경증환자의 가족소설' 이론. 이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은 누구나 현재 자신의 삶을 현실과 다르게 생각하고자 한다는 데 주목한다.

예컨대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나는 재벌이나 귀족 집안의 핏줄인데 어쩌다 운명의 장난으로 이런 평범한 가정에 흘러들어왔다는 식이다.

로베르는 성인에게도 내재함직한 이같은 무의식에 근거해 작가들을 '업둥이' 와 '사생아' 로 양분한다.

그에 따르면 낭만주의적 작가들은 '부모 양쪽을 부정하는 업둥이' 이고, 사실주의적 작가들은 '아버지를 부정하고 어머니를 인정하여 아버지와 맞서싸우는 사생아' 다.

다시말해 낭만주의적 업둥이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은 '지식도 행동능력도 없어서 세계와의 싸움을 교묘하게 피하는 것' 이고, 사생아 작가들의 사실주의적 방법은 '세계를 정면으로 공격하면서도 세계에 도움을 주는 것' 이다.

이처럼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시각으로 '업둥이' 세르반테스.노발리스.카프카.멜빌, '사생아' 위고.도스토예프스키.디킨스.프루스트 등의 작품을 풍부하게 읽어낸 로베르는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모두 업둥이적 요소가 있다" 고 덧붙인다.

공동번역자 김치수.이윤옥씨는 "로베르의 이 야심찬 저작은 현대소설이 잡다한 이야기를 흡수하면서 발전한 과정과 얼핏 시시하고 잡다해보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소설이 그토록 매력적이고 강력한 장르로 군림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고 소개했다.

가족문제를 즐겨다루는 국내 여성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평론가 김윤식교수 (서울대 국문과) 도 '프로이트적 가족소설' 이란 언급을 여러 차례 했던 바. 소설독법에 재미를 더하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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