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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쁨] 서울시 은평구 김금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요즈음에는 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6~7년 전만 해도 용감한 여장부의 모습이었다.

자전거도 탈 줄 모르던 내가 오토바이를 타게 된 때는 남매를 둔 30대 후반의 나이였다.

당시 한 학습지 회사의 배달일을 하던 내가 일의 기동성과 수입을 고려해 택한 것이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를 배우는 3~4일 동안은 그야말로 후회의 연속이었다.

중심도 잡지 못하면서 오토바이를 운전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일인지. 또 식구들의 걱정과 여자 주제에 볼썽사납게 무슨 오토바이냐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이상 기필코 배우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이 엄마의 용기와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보다 나은 집안 살림과 아이들에게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근처 학교 운동장과 골목에서, 또 도로에서 열심히 타고 또 탔다.

드디어 닷새째 되던 날은 학습지를 싣고 첫 배달을 나갔다.

종아리에는 온통 피멍 투성이였지만 기어이 성공했다는 것에 아픈 줄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식구들과 직장 동료들, 동네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면허증까지도 따낸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대단한 엄마였다.

하루는 오토바이에 학습지 박스를 싣다가 박스 귀퉁이에 "우리 엄마 힘들지" 라고 조그맣게 쓰인 글씨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이제까지의 힘들고 피곤했던 몸에 무한한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이런 맛에 자식을 낳아 기르고 부모되는 보람을 느끼는가 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박스를 버리지 못해 보관하고 있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그때 모습과 마음을 그 박스에 붙잡아두고 싶은 것은 이 엄마의 욕심일까?

서울시 은평구 김금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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