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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전공 100% 영어로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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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AIST 1학년 학생들이 22일 미국인 매리 캐서린 탐슨 교수(오른쪽)의 ‘후레쉬맨 디자인 코스’강의를 듣고 있다. 이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22일 KAIST 대강당에서 열린 1학년 대상 ‘후레쉬맨 디자인 코스’ 강의 시간. 대형 스크린에는 영어 강의 자료가 떠 있고 한 손에는 마이크, 다른 손에는 포인터를 든 매리 캐서린 탐슨 교수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강의를 했다. 미국인인 탐슨 교수가 맡은 이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됐다.

“What are the customer needs of a dog food? Name one and pass the microphone down the row.(개 사료에서 고객이 찾는 욕구는 뭘까요. 하나씩 말하고 마이크를 다음 학생에게 넘기세요.)”

탐슨 교수가 마이크를 건네자 학생들은 막힘 없이 말했다.

“Cheap cost(싼 가격)” “Good quality(좋은 품질)” “Huge quantity(대용량)” “Taste(맛)”….

탐슨 교수의 강의는 창의적 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탐슨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7년 부임했다. 강의는 MIT와 같은 방식이다. 이처럼 영어 강의는 KAIST에선 일반화된 풍경이다.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에 이 학교 전공 강의의 68%는 영어로 진행됐다. 올해 2학기는 그 비율이 89%로 높아졌다. 한국어 강의가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대분분 영어 강의에 열심이다. 올해 평가에 참여한 88곳 대학 중 영어 강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곳은 11개 불과했다.

◆영어 강의가 대세=한국외국어대의 영어 강의 비율이 35%인 것을 비롯, 한동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는 모두 20%를 넘는다. 영어 강의 순위가 가장 높아진 곳은 상명대다. 지난해 70위(0.4%)에서 39위(2.9%)로 상승했다. 대학 측은 “이현청 총장이 교육 중심 대학 개혁을 추진하면서 영어 강의를 강조하고 있다”며 “상위권 대학에 비해 비율은 낮지만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11.7%→25.3%)와 경희대(14.4%→24.7%), 건국대(6.7%→13.8%) 도 영어 강의가 늘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6위, 건국대는 19위에서 15위로 상승했다. 성균관대는 신임 교원에 대해 외국어 강의 개설을 의무화했다. 글로벌경영학 전공, 글로벌경제학 전공, 자유전공 등에선 100% 영어 강의만 한다.


동국대는 영어 강의 비율 확대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경영대학과 공과대를 영어 강의 선도대학으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2011년까지 영어 강의 비율을 90%까지 높이도록 한 것이다. 동국대 경영대학 김승용 교수는 “동남아와 유럽에서 유치한 교환 학생들을 수업당 1~2명씩 배치해 영어 강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적절한 안배 필요=학점 이수가 절실한 졸업 예정자나 영어 강의에 자신 없어하는 일부 교수에게는 영어 강의가 반갑지만은 않다. 대학들은 졸업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강좌를 따로 만들거나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강의법 특강을 실시하기도 한다. 동국대 강효진(23·경영학과 3)씨는 “영어 표현능력이 부족한 교수님의 경우 수업의 질이 약간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영어 발표를 통해 자신감과 어휘력을 키우는 장점도 많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생명과학부 서민아 교수는 “수업 진행은 물론 학생들의 발표·숙제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며 “영어 강의를 한국어 강의만큼 소화하기 위해 교수는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고, 학생들은 예습·복습을 더욱 철저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울산대 전자전기 공학과 양명국 교수는 지난해 전공 과목을 한국어 수업과 영어 수업을 동시에 실시한 뒤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영어 강의를 받은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한국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평균 성적에 뒤처지지 않았다. 양 교수는 “영어 강의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나 지나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 기자(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
강혜란·박현영·이진주 기자
유지연·어혜원·우호진·이하늘 연구원

자문단 >>임윤수 충남대 기획처장, 김정완 전남대 전 기획처장, 양명국 울산대 전 기획처장, 조병춘 경희대 사무국장, 한재민 고려대 기획처장

▶연락처:webmaster@jedi.re.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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