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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달러 투기에 한국돈 값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4월 외환자유화 이후 외국인들의 원 - 달러 거래 규모가 크게 불어나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새 변수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은 현물 거래 허용과 서울 차액결제선물환 (NDF.계약가격과 만기 때 시세의 차익만 결제하는 방식) 시장 개방에 따라 투기적인 자금을 시장에 쏟아붓기도 하는 등 '환율 방어' 를 하는 외환당국과 힘겨루기까지 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현물뿐만 아니라 NDF 거래 물량도 하루평균 1억달러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선물환 거래는 최근 환율하락 (원화가치 상승) 예상으로 대부분 '팔자' 기 때문에 국내 외국은행 지점은 이를 '사고' 곧바로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물을 내다팔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달러 매도 물량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딜러들은 또 지난 15일의 경우 1억5천만달러의 투기적 현물이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딜러는 "외은 지점 등과 정보를 교환해 본 결과 큰 규모의 현물 자금들이 환율 하락을 예상하며 매도세에 가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외국환은행간 하루평균 달러 거래액은 3월 13억2천만달러에서 외환자유화가 된 4월에 15억달러, 5월에는 17억1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중개를 맡는 외은 지점들은 외환시장의 '큰손' 이 되어 외환거래 이익을 늘리기 위해 환율 변동폭을 크게 하는 등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은행 딜러는 "외은 지점은 시중은행들에 비해 환율 방어를 하려는 정부 눈치를 덜 보기 때문에 포지션 (환위험 노출) 을 더 유연하게 잡고 있다" 고 말했다.

씨티은행 딜러는 "시중은행들도 시장을 흔들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 라며 "다만 외은 지점 딜러들은 지난해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 점을 의식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의 늘어난 투자자금이 특정요인에 의해 매도.매입 한 방향으로 흐르면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지거나 환율을 급등락시키는 부작용을 줄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들은 "NDF 물량 등의 상당 부분이 투기적 성격일 수 있다" 고 인정하면서도 "전체 시장 하루 거래물량 20억달러에 비춰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고 보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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