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교전에 속타는 이산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해에서 남북간의 교전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눈 앞이 캄캄해지더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지. 혹시 올 추석은 고향에서 보낼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정종화 (鄭宗華.79.부산시중구부평동) 씨는 지난 14일 평화통일자문협의회에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했다.

지난 3일 정부가 남북 차관급 회담을 통해 이르면 추석 전후에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50년전 가족이 남한으로 떠나올 때 홀로 북에 남겨진 누나의 생사를 걱정하며 단 한번만이라도 고향에 가야 한다던 鄭씨는 서해 교전 소식에 그만 낙담하고 말았다.

고향방문 계획이 발표된 지난 3일 이후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접수하는 통일부. 이북5도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협의회 등에는 평소보다 수십배가 많은 신청자가 몰려 15일 현재 2천여명이 접수를 마친 상태.

그러나 하루 30명 이상 신청서를 받았던 통일부 접수창구에 16일 오전엔 서너명만 찾아왔다.

일부 외신은 벌써부터 북한이 이번 사건을 구실삼아 남북이산가족 재회 문제에 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떡합니까. 정부가 앞으로 열릴 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논의한다고 하니 그래도 기대를 걸어봐야죠. "

16일 통일부에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을 접수시키러 온 궁재영 (弓在永.67.서울종로구숭인2동) 씨는 회담을 며칠 앞두고 서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랐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