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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때 자녀지도] '눈높이 상황설명'이 제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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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5일 서해안에서 있었던 남북 교전 이후 불안한 마음으로 신문.TV를 응시하는 가정들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동요되기 쉬운 것이 어린이와 청소년들.

주부 이종은 (33.서울중랑구 신내동)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엄마, 전쟁이 나서 다 죽는 거야?' 하고 물어 당황했다" 고 말한다.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그 나이의 특성인 '과장해 생각하기' 를 발휘,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보기 쉽다.

아이들 어떻게 대해야할까. 한국심리교육연구소 서진영 상담원은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이라며 "감추려 들지말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대화 수준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일부 엄마들의 경우 '아이에게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않다' '벌써부터 마음에 상처를 주고싶지 않다' 며 감추려 드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단 상황을 설명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잘 대처했다는 것,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크지 않다는 것, 우리 나라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 등을 설명해준다.

백제병원 양창순 부원장도 "전쟁.재난이라는 단어를 금기시 하지 말라" 고 조언한다. 무언가를 감추고 말하려 들지 않을수록 아이들은 그것을 실제보다 크게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많은 어른들이 전쟁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또 전쟁을 일으키려 드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것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이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 고 물으면 "오늘을 충실하게 지내면 내일 어떤 상황이 와도 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라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준다.

부모의 일관된 태도도 중요.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과 달리 한편으로 사재기를 한다든지, 친지와 전화로 '불안하다' 는 말을 나누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워 진다.

서울시청소년상담실 이규미 실장은 "얼마전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을 읽은 뒤 무서워서 참을 수 없다' 는 학생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며 "그만큼 청소년들은 상상력을 발휘해 특정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 말한다.

'코소보 사태가 예언자가 말한 3차 대전의 전조' 라느니, '곧 혜성이 다가와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느니' 등의 대화가 이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꽤 진지하게 전개된다.

이 실장은 "아이들의 걱정을 '그럴 수도 있다' 고 인정해주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무서운 상상이 들기도 하겠구나' 고 받아들인 후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하라는 것. 한편으로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이 냉정을 잃지 않고 대처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이 일본.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유아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진과 화재, 태풍과 해일 등 천재지변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가정에 있다가 변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 지역사회별 대처 방안도 마련돼 있을 정도. 한편 일부 방재 전문가들은 "우리 가정에서는 긴급사태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이 현실" 이라고 말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재난대피 교육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화재 등 긴급사태 발생에 대비하는 정신교육과 사태가 일어나면 언제든 각자 자신의 비상 배낭을 챙길 수 있는 평소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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