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타사 주식팔아 빚갚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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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상장사들이 오는 6월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다른 회사에 출자했던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증시가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반기 결산이 잘 나와야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1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올들어 지난 14일까지 타법인 출자지분을 처분하겠다고 공시한 것은 모두 1백47건, 6조3천8백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63건, 1조42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2배 이상, 금액으로는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상장사들이 갖고 있던 다른 회사의 주식을 팔게 되면 현금 흐름이 좋아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 주식 매각 대금으로 빚을 갚게 되면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다.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경우 오는 30일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반기 실적을 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주식을 처분하는 물량이 많을수록 증시에 물량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와 단기적인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처분 주식이 자본금의 10%를 넘을 때만 공시하도록 돼 있는 규정에 따라 집계에 잡히지 않는 지분 매각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통신업체에 대한 물량이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모두 19건, 4백29억원어치에 달했다.

굿모닝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산일이 보름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타법인 출자 지분을 파는 회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월별로는 5월이 37건, 4조9천4백92억원어치로 가장 많았으며 6월에는 14일까지 16건, 2천4백50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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