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페리 방북때 포괄적 접근 방안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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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은 지난달 하순 방북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제시한 한.미.일 3국의 대북 포괄접근방안에 대해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페리를 면담한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권고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14일 "페리 조정관은 방북기간중 당.정.군 고위관계자들에게 지난해 8월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중단토록 요구했으나 북측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인공위성을 재발사할 수 있다' 는 강경입장을 표시했다" 고 전했다.

북측은 또 미사일문제와 관련, "미사일 수출은 경제적 보상을 전제로 논의가 가능하지만 개발.생산은 미국이 관여할 수 없는 주권사항" 이라며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3년간 10억달러를 제공할 경우 미사일 수출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른 관계자는 "金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페리 면담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 앞으로 보낸 구두메시지 전달을 거부했다" 고 말했다.

특히 페리와 수차례 만난 강석주 (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은 남북대화를 권유하는 페리 조정관에게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 라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핵.미사일문제를 양보하고 남북대화에 나설 경우 한.미.일 3국이 ▶북한체제 존립 보장 ▶대북 경제지원 ▶북.미, 북.일 관계개선 등을 약속하겠다는 포괄접근방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강석주 제1부상은 페리 조정관이 평양을 떠나면서 7월중 편리할 때 미국을 방문, 북측의 최종 입장을 밝혀주도록 요청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이런 거부반응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 이라며 "페리 조정관은 북측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면서 미 의회.행정부에 제출할 자신의 보고서 작성을 늦추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양수.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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