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의혹 따지러 연 환경노동위, 입장차로 헛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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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을 캐기 위해 1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는 여야간 입장차로 처음부터 헛돌았다.

국민회의.자민련은 국정조사에 앞서 상임위를 통해 이번 사태를 먼저 짚어 악화된 여론을 추스르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상임위에서 이 사건을 너무 파헤치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의미가 퇴색될 것을 걱정하고 '소걸음 전략' 으로 맞섰다.

그런 탓인지 오전 10시 시작한 회의는 조폐공사 의혹의 핵심은 비켜간 채 야당은 업무보고를 위해 참석한 이상룡 (李相龍) 신임 노동부장관의 경력 등에 대한 공격성 질문만 계속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유와 고함으로 이를 저지하는 데 바빴다.

먼저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한나라당 박원홍 (朴源弘) 의원은 "李장관은 강원도지사 출신인데 이번 장관기용은 현 정권이 강원도 지역 안배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느냐" 고 물었다.

이어 朴의원은 "노동행정과 아무 상관이 없는 李장관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이는 것을 아는가" 라고 따졌다.

그러자 국민회의 이강희 (李康熙) 의원이 고함으로 받아치고 나왔다.

李의원은 "현안은 질의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같은 식으로 진행되는데 더 두고 볼 수 없다" 며 "위원장은 빨리 이를 정리해 달라" 고 요구. 이에 자민련 소속 김범명 (金範明) 위원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신임장관에 대해 6개월의 유예기간은 준다" 며 "장관은 박사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경력을 문제삼는 것은 자제해 달라" 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폐공사 감축 인원수와 노동부 법규에 대한 세부적 질문을 계속하면서 李장관을 몰아붙이자 국민회의 방용석 (方鏞錫) 의원은 "조폐공사 의혹의 본질을 피하고 엉뚱한 질문만 한다" 며 강력하게 항의. 결국 김범명 위원장은 여야 간사간의 합의없이 전격적으로 정회를 선포했다.

야당의 거부로 오후 2시부터 여당의원들의 참석만으로 속개된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은 노동부의 책임 유무에 무게를 두고 질의를 벌였으나 노동부는 발뺌에 급급했다.

방용석 의원은 "국민의 정부는 신노사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시대 악습에 젖은 관료들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 며 "진형구 (秦炯九) 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고 하는데 대한 노동부 의견은 뭐냐" 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측은 "조폐공사는 지난해 7월 이미 파업상태에 들어갔는데 11월에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은 말도 안된다" 며 "노동부는 당시 파업수습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고 설명.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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