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질문받자 … 정운찬 “대통령 생각 전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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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이 정 후보자 뒷줄에 앉아 후보자에 대한 질의응답을 지켜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국회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22일 14시간 넘게 진행한 끝에 자정을 넘겨 23일 새벽에야 종료했다. 야당 의원들의 추가 질의 요구가 쏟아져 예정된 이틀을 넘기게 되자 차수를 변경해 ‘사흘 청문회’가 된 것이다. ▶장남의 국적 ▶YES24 고문 활동 ▶배우자의 그림 판매 문제 등 정 후보자의 도덕성 여부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회는 28일 또는 29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22일 청문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장남이) 미국 국적자인데도 왜 어제 청문회에서 아닌 것처럼 말했느냐”고 따졌다. 장남은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자동 획득했으나 출생 6개월 후 귀국, 2001년 병역을 마치는 등 한국 국적자로 살았다는 게 정 후보자의 답변이었다. 장남은 지난 16일 미국 국적 포기신청서를 냈다.

정 후보자는 장남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자신이 “ 유학을 가면 학비 감면 등 혜택이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공인이 ‘아들에게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는 것은 흠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1000만원을 준 Y사 회장이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에 당선되도록 도와달라’고 D그룹 관계자에게 부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도움을) 안 줬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외부 회장이 총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조직적으로 선거를 도와 총장이 됐다면,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또 화가인 정 후보자의 부인이 작품 4점을 6100만원에 판 것과 관련, “천경자씨 그림도 1100만원에 유화가 팔리는데 아마추어 작가 그림을 1600만원 주고 살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거나 그림 하나 가져가고 용돈 비슷하게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집사람은 기본 소양은 있고, 국전에 가서 입선을 몇 번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백원우(민주당) 의원이 “과외를 하면서 부인과 만난 것 아니냐”며 가족 관련 질의를 계속하자, 정 후보자는 “중차대한 청문회라 하더라도 아들·딸, 집사람과 관련한 얘기를 안 물으면 좋겠다”고 불쾌감을 노출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직을 발판 삼아 기회가 되면 당적을 바꿔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차명진(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때 대선 출마 제의를 받았는지에 대해 그는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오라고 제안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을 수락할때 이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총리권한을 보장 받았나”라는 민주당 김종률 의원의 질문에 “수락 당시 ‘드리고 싶은 말은 다 드리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 역시 ‘좋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소신이 다를 경우 총리직을 버릴 각오가 돼 있는가”란 질문에 “의견이 다를 때 최대한 설득하려고 노력은 하겠으나 다른 것을 다르다고 말 못하면서 자리를 탐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일현·권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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