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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대학평가] 교육 여건 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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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9 인문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린 ‘한강 르네상스 역사문화 기행-두 바퀴의 한강 인문학’에 참가한 건국대 교수와 학생들이 22일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문화유산 답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200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은 대학총장은 KAIST(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으로 나타났다. 모금 액수가 647억원으로 대학 중 역대 최대 규모다. KAIST는 2005년 연간 기부 총액에서 7억7000만원에 불과했으나 3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 한의학계 원로 류근철 박사가 지난해 KAIST에 578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는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이 30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등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학 양지원 부총장은 “2006년 서 총장 부임 이후 KAIST의 교수 인사 개혁 등의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동문을 포함해 외부인의 자발적인 기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의 교육여건은 ‘돈’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정 여력이 없어서는 대학을 키우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올해 평가에서 교육여건 부문 순위는 대학이 학생 등록금보다 기부금 등 외부 재원을 활용해 교육환경 개선에 애를 쓰는 대학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부금·장학금 혜택=이번 평가에서 기부금은 사립대의 경우 학교 회계, 국립대는 발전기금 회계 결산에 잡힌 액수만 비교했다. 사립대 재단이나 산학협력단 발전기금으로 들어온 기부금은 제외한 것이다. 사립대 기부금 1위 대학은 연세대(481억원)였으며 인하대(396억원)와 고려대(352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사립대의 기부금은 연구 목적의 발전기금 등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세입에서 기부금 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은 인하대(14.6%)였다. 대학들은 단순히 동문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금융상품도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성균관대·인하대 등은 매달 일정액을 내는 기부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건국대는 동문에게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로 1000원 단위의 사이버머니를 구입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가 대상 88개대 중 21개대의 지난해 기부금 모금 실적이 10억원 미만이다. 기부금이 한 푼도 걷히지 않은 대학도 있을 정도다. 주로 등록금 수입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POSTECH(옛 포항공대)은 세입 중 납입금 비중이 9%로 사립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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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중에서 학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이 가장 큰 대학은 서울대(학생 한 명당 1년 장학금 460만원)였다. 등록금 액수가 적은 데도 학비 감면 등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등록금으로 낸 돈의 전액을 장학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국립대는 한국해양대(장학금 환원율 100%)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 사립대 중에서 학생 한 명이 받는 1년 장학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성균관대(189만원)였다.

◆낮아지는 교육의 질=법적으로 정해진 교수(전임강사 이상 전임교수) 수를 채운 대학은 전체 88개대 가운데 순천향대(1위) 등 13개대였다. 대부분 사립대에서 교수 한 명당 20명이 넘었다. 전임강사가 맡는 강좌 비율도 전체 강좌의 3분의 1에 달하는 학교가 나올 정도로 일부 대학에서 교육의 질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학은 전체 강좌의 73%를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 성적 불량 등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올해 중도 탈락한 학생 비율은 전체적으로 2.9%로 집계됐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들에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94년 국내 언론 최초로 시작해 올해로 16년째입니다. 대학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 선택의 기준이 될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올해는 국내 대학의 학문 분야별 수준을 세계 유력 대학과 비교·분석하는 ‘글로벌 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대학과의 연구 수준 차이를 입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종전의 대학별 종합·학문 분야 평가도 세분화했습니다. 대학을 특성에 따라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종합계열로 나눴고 교육중심대학 평가도 도입했습니다.

◆교육여건 평가=지난해와 동일한 지표를 반영했다. 다만 계산 방식은 대학과 자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숙사 수용률, 학생 충원율, 교수 확보율, 장학금 환원율이 100%를 넘으면 모두 만점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학생 충원율은 정원을 기준으로 얼마나 학생을 채우고 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100%를 채우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자문단은 판단한 것이다.

◆교육여건(100점)=▶교수당 학생 수(15) ▶교수 확보율(10) ▶학생당 장학금(10) ▶등록금 대비 장학금(학비 감면) 환원율(5) ▶기숙사 수용률(5)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5) ▶학생당 교육비(15) ▶교육비 환원율(10) ▶세입 중 납입금 비중(10) ▶학생 충원율(5) ▶중도 포기율(5) ▶세입 대비 기부금(5)

◆지표 기준=▶전임강사 이상 교수당 학생(학부·대학원 재학생) 수는 2009년 4월 1일 기준 ▶장학금은 2008년 1, 2학기 기준 ▶학생 충원율·중도 포기율은 2009년 4월 1일 기준, 납입금·기부금 등의 재정자료는 2008년 결산 기준.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 기자(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
강혜란·박현영·이진주 기자
유지연·어혜원·우호진·이하늘 연구원

▶연락처:webmaster@jedi.re.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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