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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봤습니다] 렉서스 IS250C, 하드톱 닫으면 세단처럼 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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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통칭 ‘오픈 카’로 불리는 컨버터블 모델들은 한국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이기 일쑤다.

지붕 열고 강변을 달리는 우아한 모습은 어쩌다 가끔일 뿐이다. 막히는 도로, 곁에 선 버스에서 쏟아지는 눈총, 매연 가득한 터널,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매서운 새벽 바람 등은 지붕 열기를 망설이게 한다.

천으로 만든 소프트톱은 가볍고 편하지만 소음이 문제다. 하드톱은 삐걱거리기 일쑤인 데다, 지붕을 열어 트렁크에 넣으면 서류가방 하나 넣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의 오픈 카는 스포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서인지 ‘좋은’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다.

렉서스 IS250C는 얄미울 만큼 실용적이고 상품성 높게 차를 만드는 도요타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차다.

카브리올레와 쿠페의 기능을 각각 제대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정말 컨버터블이라고 할 만하다. 하드톱을 닫으면 세단처럼 조용하다. 지붕을 접어 트렁크에 넣어도 골프백이 하나 들어갈 자리가 남는다. 뒷좌석은 어린이는 물론 웬만한 성인도 충분히 참아줄 만큼 공간이 넓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밟지 않는 한 부드러운 소음과 편안한 승차감은 렉서스 그대로다.

렉서스 IS250C의 실내.

특히 하드톱을 열고 닫는 속도와 기능은 만족할 만하다. 빠르게 움직이다가 마무리할 때는 속도를 줄인다거나 장애물이 있으면 멈추는 등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동 모습이 꽤 매력적이다. 도요타 엔지니어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다.

하지만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사람마다 좋아하는 디자인이 따로 있다지만,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불룩해진 뒷모습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같은 하드톱인 BMW 328·335Ci나 인피니티의 G37컨버터블과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성능은 절대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듯 심심하다. 기본 모델인 IS250보다 120㎏이나 무거워졌는데 엔진·변속기 성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앞부분을 IS 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인 IS F와 유사하게 디자인한 것을 감안하면 더 밋밋하게 느껴진다. 록투록(Lock to lock·스티어링 휠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돌린 수치)이 3.2에 가까운 점도 특이하다. IS250 세단(2.9)과 다른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중시하는 세팅은 절대로 아니다.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감도가 달라지는 장치(렉서스 GS·LS 모델에 있는 VGRS)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등에서 팔리는 300마력대 고성능 버전 IS350C(VGRS도 달렸다)라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일상적인 실용성을 갖추고 때때로 지붕을 열어 개방감을 느끼기에는 IS250C는 부족한 것도 과한 것도 없 다. 값은 6450만원.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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