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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디자인은 파리…값은 10분의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언니, 나 4층 62호에서 일하는데 이 옷 패밀리 (family)가격으로 줘요" 동대문을 들르는 장난기 어린 고객들이 옷값을 깍기 위해 자주 쓰는 알뜰 쇼핑 전략이다.

상인 속성상 같은 처지에 있는 점원 (패밀리) 끼리는 거의 원가에 팔기 때문. 다만 판매원들끼리는 서로 얼굴을 모르더라도 풍기는 분위기.특유의 차림새 등으로 '척보면 서로 안다' 는게 상인들의 말이니 어설픈 '사기' 는 금물. 동대문의 속내를 뜯어 보면 '시장의 암호' 를 읽을 수 있어 알뜰 속의 알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동대문이 뜬 이유는 국제적인 패션쇼나 유명 국내 브랜드 의류를 재빨리 '벤치마킹' 해 비슷한 상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것. 따라서 백화점 등서 우선 아이쇼핑을 한후 이른바 '욕심은 나지만 주머니 사정이 따라 주지 않는 옷' 을 동대문에 와서 사면 된다.

백화점서 파는 50~60만원짜리 옷을 이곳선 최고 10분의 1에 사는 횡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매일 최신 유행 패션으로 꾸며야 하는 강남의 룸살롱 아가씨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다. 이곳 상인들은 '가격표가 붙은 것을 공략하라' 고 귀띔한다. 이 옷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제때 팔리지 않은 '동대문의 재고 상품' . 다른 제품보다 10~20% 싼데다 때론 원가 이하에 내놓기도 한다. 품질상 차이는 없다.

이곳서 가격 흥정 하는 건 별 의미 없다는게 상인들의 말. 그만큼 싸게 팔고 있다는 얘기다. 동대문 상인들은 원가에 보통 30% 안팎의 마진을 붙인다.

그러나 20~30년 장사한 노련한 상인은 '적은 마진으로 많이 팔자' 는 철학이 지배적인 반면 경력이 일천한 사람은 '많은 마진' 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같은 물건이라도 5%정도의 가격차가 날 수 있어 결국 다리품을 그만큼 팔아야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쇼핑의 기본은 이곳서도 유효.

특히 일부 상인들은 "카드를 받게 되면 현금유통이 원할하지 않아 원단.도매 결제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점포에 들러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지를 먼저 묻는게 좋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현금 계산' 을 원하기 마련이다.

이때 '현금으로 계산할테니 10%정도 값을 깍자' 고 하면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밖에 금.토.일은 고객이 많아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가격을 깍기는 힘들다. 가격 흥정을 할려면 평일을 이용하는게 좋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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