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야당색깔 점점 짙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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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야당 색깔' 이 날로 짙어지고 있다.

대여 (對與) 투쟁 모습이 과격해지고 있다.

뒷전에 물러나 훈수나 두던 과거 여당시절의 수줍음에서 벗어났다.

쟁점을 제기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평소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여 공세를 전개하다가도 개별 사안이 터지면 어김없이 해당 부처에 가 책임자들에게 따지고 있다.

당직자들은 "게릴라식 투쟁을 가미했다" 고 설명한다.

10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벌어진 '김종필 총리 출근 저지 투쟁' 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변신' 을 실감케 했다.

오전 8시25분쯤 총리공관 정문에서 20여명의 의원들은 10여분간에 걸쳐 金총리의 출근을 막았다.

김중위 (金重緯).김일윤 (金一潤).함종한 (咸鍾漢)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까지 거칠게 가세했다.

한나라당이 항의방문 투쟁을 구사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항의방문 때마다 짭짤한 정치적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옷 로비 의혹 사건' 과 관련된 경찰청 방문 때는 최광식 (崔光植) 사직동팀장으로부터 김태정 당시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 (延貞姬) 씨가 최순영 (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구속사실을 발설하고 다녔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또 지난 2일 총리실 방문 때는 JP로부터 "옷 로비 사건은 도덕적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건" 이라는 발언을 얻어냈다.그 과정에서 여권 핵심부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쟁점을 유리하게 확산시켰다.

그동안 장외투쟁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던 한나라당으로선 기습 항의방문이 효과적인 투쟁방법으로 떠오른 셈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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