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끝내기 10점, 신화를 쏘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이 1점차로 앞선 채 시작한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 마지막 3엔드. 먼저 나선 중국팀이 9.9.9점을 쏘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의 마지막 사수 박성현이 사대에 들어섰다. 첫발은 9점. 이어 두번째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자세가 약간 흐트러지나 싶더니 빨간색 8점대에 꽂혔다. 240-231. 중국팀 장주안이 한국의 결정적 실수가 반갑다는듯 박수를 쳤다. 10점을 쏘면 우승, 9점을 쏘면 동점으로 슛오프(연장전)에 들어가고, 8점을 쏘면 은메달에 그치는 순간.

박성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시위를 당겼다. "슉-." 마지막 화살이 가뿐히 70m를 날았다. 10점. 아슬아슬하게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한국 여자 양궁이었다. 박성현(21.전북도청)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화살을 쏘았는데 점수는 몰랐어요. 돌아서니 윤미진이 펄쩍펄쩍 뛰어서 우리가 이긴 줄 알았지요. 우리 모두의 힘이에요"라며 기뻐했다. 2, 3엔드에서 7점짜리 한 개씩을 쐈던 팀 막내 이성진(19.전북도청)은 "실수한 나를 도와준 언니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성진은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양궁 경기는 20일 밤(한국시간) 이렇게 한국이 중국팀을 꺾고 개인.단체전을 휩쓰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6년 동안 한차례도 금메달을 내놓지 않은 위업이다.

지난 18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성현은 이날 단체전 승리로 2관왕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관왕 윤미진(21.경희대)은 개인전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올림픽 단체전 2연패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팀은 8강전에서 그리스를 244-232로, 4강전에서 프랑스를 249-234로 꺾었다.

아테네=특별취재팀

***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