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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첫 합작영화 만든다…독립군 다룬'아나키스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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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첫 한.중 합작영화가 만들어진다. 작품은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 . '간첩 리철진' 을 만든 시네월드가 중국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 와 손잡고 선보일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대작이다.

시네월드 이준익 대표는 "1백% 현지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내년 2월 설에 개봉할 예정" 이라며 "중국 전 지역에도 배급하는게 목표" 라고 밝혔다.

만약 이 '꿈' 이 실현되면 '아나키스트' 는 중국에 소개되는 첫 한국영화가 되는 셈이다. 현재 중국의 외국영화 수입 개방 편수는 일년에 고작 12편.

'아나키스트' 는 192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활동한 20대 초.중반 조선인 독립군들의 이야기다. 당시 김원봉이 조직해 상하이 프랑스 조계 (租界) 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의열단 (義烈團) 의 활약상을 모델로 삼았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 에서 김산은 의열단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상하이에서 젊은 테러리스트들을 만났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개인적 영웅주의와 절망적인 테러로 조선인 학살의 원수를 갚으려 했다" .이 글에 따르면, 당시 의열단원들은 톨스토이의 '인생독본' 을 애독했으며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오락을 즐겼고 언제나 스포티한 양복을 입고 다녔다.

영화는 "삶은 산처럼 무겁고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는 각오로 뭉친 피가 뜨거운 남자 5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중 주인공 '이근' 은 대한제국 황족의 후예로 세르게이라는 러시아 친구를 만나 무정부주의자로 전향한 인물. 준수한 외모에 고상한 매너를 갖춘 휴머니스트이자 이상주의자로 그려진다. 이밖에 이근과 함께 소그룹의 리더인 '금욕주의자' 한명곤 등이 등장한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영화계의 '젊은 피' 가 이 작품을 통해 감독 데뷔한다. 올해 33살의 유영식씨. 연세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영화아카데미를 거쳐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등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건축설계와 영화를 겸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당초 이무영씨와 공동극본을 쓴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명필름의 'JSA' 연출로 빠지게 되면서 유씨가 대신 메가폰을 잡게 됐다.

출연진에 대해서는 이대표는 "국내 정상급 연기자들이 총집합하는 무대가 될 것" 이라고만 밝혔다. 7월까지 출연진이 확정되면 10.11월 두 달간 현지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나키스트' 를 찍게 될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는 장이모.첸카이거 등이 활동했던 주무대이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 등을 찍은 중국 최고의 세트장.

시네월드는 감독과 주.조연, 기타 주요 스태프를 제외한 조명.의상.소품.미술.기자재 등을 '턴키베이스' 로 계약, 중국측에 일괄적으로 맡길 계획. 이밖에 대부분의 물적 자원을 무료로 제공받는 대신, 영화의 중국어권 지역 판권을 중국측에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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