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유람선 바둑축제 끝내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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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금강산바둑축제' 가 끝내 무산됐다. 조훈현9단의 부인 정미화씨와 서능욱9단의 부인 현인숙씨가 공동설립한 '현정미디어' 가 첫 사업으로 추진한 금강산유람선에서의 바둑축제.

금강산 관광에다 바둑보급도 하고 잘하면 돈도 벌 수 있는 문화사업이라는 점에서, 또 한국기원이 할일을 두 여성이 맡고 나섰다는 점에서 바둑팬과 프로기사들 사이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현대측이 계약직전 돌연 용선료를 인상함에 따라 일은 틀어지고 7~8개월의 노고도 수포로 돌아간 것. 부인과 함께 뛰어다니던 서능욱9단은 "현대같은 큰 회사가 약속을 어길지 몰랐다. 축제가 취소돼 팬들에게 죄송하다" 며 6일 그간의 사연을 적어 신문사로 보냈다.

원래 약속했던 금강호 용선료는 6억원. 지난해 10월부터 현대측과 꾸준히 접촉하여 8백명 승선 기준으로 구두 내락을 얻었다고 한다. 열심히 모집해 만선인원인 1천1백명을 가득 태우면 팬서비스 행사를 치르고도 밑지지 않는 액수였다.

그후 이창호9단등 50여명의 프로기사들을 섭외하고 대회를 유치하고 후원사도 구했다. 나중엔 조훈현9단도 나섰다. 8월13일로 날짜도 잡혀 바둑지에 광고도 냈고 5백명 정도의 신청자도 확보했다.

그러나 현대측의 마음이 변할만한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 겨울엔 반쯤 차던 금강선 유람선이 요즘은 꽉꽉 차기 시작한 것이다.

정식 계약 체결 직전, 현대는 8백명 이상의 인원에 대해선 북한에 내는 입산료인 1인당 2백달러를 추가로 내야한다고 요구했다.

현정미디어 측은 요구대로 따르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어 눈물을 머금고 행사를 포기했다. 바둑의 9단들이 비정한 장사판에서 한판 신고식을 치른 얘기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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