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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자 경찰들의 도박판 ‘업어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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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6월5일 천안 불당동에서 창설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 충남경찰청 제1기동대. 대원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1. 7월7일 오전 3시 충남 아산의 한 야산. 송전탑 아래에서 대형 천막을 치고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치밀한 검거작전에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충남경찰청 산하 제1기동대 등 100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불빛과 소음을 숨긴 채 길이 나지 않은 야산을 헤치고 들어가 도박판을 기습한 경찰은 도박에 빠져 있던 45명을 검거하고 판돈 8769만원을 압수했다.

#2. 지난 달 말 유흥가가 밀집한 천안시 두정동 노동부 뒷골목.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나오던 20대 후반의 남성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자 경찰관을 그대로 치고 도주했다. 경찰관들은 곧바로 추격에 나서 남성을 붙잡았다. 도주하는 오토바이를 경찰관들이 가로막았고 거칠게 반항하는 남성을 제압했다. 이 남성은 범죄를 저지른 수배자였다. 남성을 잡은 경찰관은 충남경찰청 산하 제1기동대 소속 경찰관. 모두 무도가 3~4단이나 되는 고수들로 한 번 잡히면 도망은 꿈도 못 꿀 정도다. 이들은 이날 천안서북경찰서로 야간순찰근무 지원을 나왔다 중요 범인을 검거한 것이다.

6월5일 창설해 100여 일을 맞은 충남경찰청 제1기동대. 108명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전·의경이 아닌 경찰관들로만 구성됐다. 경정급 대장을 중심으로 경감·경위 등 간부급과 순경 70명으로 이뤄졌다.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천안시청 건너편에 자리잡은 기동대는 충남지역에서 벌어지는 주요 집회와 안전관리, 재난재해 발생 시 구호·복구 등을 전담하는 부대다.

제1기동대가 창설된 후 형사범 검거와 대민 봉사 등을 통해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창설 후 100여 일간 중요수배자 58명을 적발하고 절도·폭력 등 각종 형사범 143명을 검거했다. 7월에는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합동으로 아산 등 지역을 돌며 상습 도박을 일삼던 도박단 45명을 전원 검거하기도 했다.

기동대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준공식 경호근무를 비롯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장, 당진 화물연대 집회 등 집회·시위현장에서도 지원 근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대민 봉사에도 나서 7월22일에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논산지역 수해 현장을 찾아 피해복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천안과 아산지역 3개 경찰서의 방범순찰 지원을 맡는다. 유흥가 밀집지역과 학교 주변,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에서 심야 순찰활동을 벌인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서민생활보호 종합치안대책을 수행하기 위해 단속현장에 집중 투입되기도 한다. 경찰관 대부분이 무도 유단자로 1인당 두세 명쯤은 너끈히 제압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에서는 이들에게 연일 순찰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최정우 제1기동대장은 “기동대원 전원이 직업 경찰관으로 구성돼 업무에 대한 책임과 열의가 남다르다”며 “기존의 집회시위 관리 업무를 넘어 대민 봉사와 서민경제 침해사범 단속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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