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배드민턴] 20년 짝꿍, 금빛으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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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선수끼리 맞붙은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김동문-하태권 조(파란 유니폼)와 이동수-유용성 조(빨간 유니폼)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열전을 벌이고 있다. 아테네=사진공동취재단

흘린 땀으로 메달을 준다면 모두가 금메달감이었다. 하지만 아테네는 초등학교 단짝을 골든 듀오로 낙점했다.

20일(한국시간)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이동수-유용성(이상 삼성전기)조를 2-0(15-11, 15-4)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동문과 하태권(이상 삼성전기)은 20년 죽마고우다.

진북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이 라켓을 잡았고 중.고와 대학.대학원까지 나란히 다녔다. 소속도 같다.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읽는 데다 장신(하태권 1m87cm, 김동문 1m84cm)에서 나오는 파워가 강점이다. 두 사람은 1999년 3월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 한달 만에 세계 개인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황금 듀오'로 등극했다.

김동문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선배 길영아와 짝을 이뤄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최강 박주봉-라경민 조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후 라경민과 혼합복식을 맞춰 2000년 시드니 때도, 올해 아테네 때도 금메달 0순위로 꼽혔지만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그때마다 그를 격려하고 일으켜 준 사람이 남자복식 파트너 하태권. 낙천적이고 웃음 많은 하태권은 내성적인 김동문을 따뜻이 격려했다.

이번에도 혼합복식 8강 탈락으로 시름에 잠긴 김동문을 "남자복식에서 잘하면 된다"고 이끌었다. 김동문은 결승에서 환상적인 하모니로 하태권에게 생애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하 조의 우승은 시드니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친 한국 배드민턴의 한을 푼 쾌거다. 남자복식에선 92년 박주봉-김문수 조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이다. 또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이후 8년 만에 한국 선수끼리 금.은메달을 나눠가졌다. 시드니 준결승에선 김-하 조를 제치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땄던 이-유 조는 아테네에서도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남자단식에선 세계랭킹 13위 손승모(밀양시청)가 결승에 진출,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게 됐다. 한국은 여자단식(96년).남자복식(92).여자복식(92).혼합복식(96)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남자단식에서는 메달권에 든 적도 없었다. 손승모는 준결승에서 소니 드위 쿤코로(세계 7위.인도네시아)를 2-1(15-6, 9-15, 15-9)로 꺾고 21일 오후 10시 인도네시아의 타우픽 히다야트와 금메달을 다툰다.

아테네=특별취재팀

***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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