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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댄스음악, 아시아서 힘찬 '몸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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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신곡 '돌아와' 에 이어 '사랑과 영혼' 으로 TV가요 순위프로에 활발히 출연중인 클론은 그 프로에서 '꼴찌' 를 면치 못한다. 방송 도중 ARS (즉석 전화 투표) 결과를 보면 그렇다.

"10대들만 전화해요. 자연 함께 출연한 다른 '어린' 그룹들에게 표가 몰리죠. " 그러나 브라운관을 벗어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학축제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서울시내 캠퍼스에서 이들은 유승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대만에서는 현지가수를 능가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쿵다리 샤바라' 가 수록된 그들의 대만 데뷔앨범은 50만장 이상 팔렸다. 지난달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는 사진기자 수십명이 플래쉬를 터뜨렸고 9시 뉴스는 '쿨룡 (Cool龍) 입성' 을 기사로 다뤘다.

클론의 매력은 립싱크가 아닌 진짜 라이브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춤을 추면서 랩을 읊어내는 능력을 가진 가수는 대만에는 없으며 그런 덕에 이들은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 이들의 능숙한 라이브실력은 오는 12.13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02 - 737 - 2723.

클론으로 대표되는 댄스음악은 90년대 '코리안 팝' 으로 자리를 굳혔다. 10대 음악을 벗어나 성인음악으로 발돋움했고 일본.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알아줄 만큼 장르적 정체성을 획득했다.

특히 R&B와 힙합 같은 흑인리듬을 한국식 가락과 잘 접목해 대중화한 것은 독보적이다.

음반기획자 조준현씨는 "일본 가요계는 한국 댄스음악이 특히 사운드 소스와 리듬감에서 일본을 능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 말한다. 한국인들도 물론 멜로디 위주로 가요를 듣지만 다른 아시아 민족에 비하면 리듬감각이 크게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가요평론가 가와카미 히데오씨는 최근 펴낸 '나는 한국 노래가 좋다' (도서출판 창해)에서 "수다스러운 감각의 랩이 대단히 인기인 한국 댄스음악은 전체적으로 약동감 넘치고 기세가 좋아 일본인에게 없는 스케일의 크기가 느껴진다" 고 평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댄스음악은 심각한 '자기모순' 에 빠져있다. 서태지.듀스 등 댄스천하를 열었던 두 '영웅' 이후 클론 같은 몇몇 예를 제외한다면 독창성과 새로움을 갖춘 댄스가수는 주류음악으로서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댄스음악은 유로 또는 힙합비트에 바탕한 경쾌한 리듬에 듣기 좋은 멜로디를 얹은 팝댄스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여물지 못한 10대 중에서 외모가 괜찮은 '물건' 을 몇몇 프로듀서들이 발굴한 뒤 엉성한 안무와 음악을 덧입힌 반짝 상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표절.샘플링 등 계속되는 의혹과 갈수록 유치해지는 가사가 이를 반증한다. IMF이후 국내가요계에서 한해 발표되는 음반은 대충 5백여장. 그 60%가 댄스로 추산된다. 이중 손해를 안보고 성공하는 음반은 20장 선에 그친다.

H.O.T.유승준.젝스키스.S.E.S.핑클 등 '5인방' 의 음반판매고는 40만장에서 80만장을 오간다. 그러나 그 밖의 댄스그룹 대부분은 데뷔 한달 안에 음반을 접는 운명을 맞는다.

평론가 강헌씨는 "최근 음반시장에서 댄스뮤직 점유율은 그리 좋지않다.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게으른 제작자들과 단기적인 시청률 위주로 가요프로를 만드는 매스컴 때문" 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이대로 가면 댄스도 하루 아침에 마이너 뮤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 말한다. 가요관계자들은 댄스음악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은 지나친 브라운관 의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립싱크 가수들이 판치게됐고 음악보다는 춤과 용모가 우선하는 가요문화가 형성됐다.

결론적으로 댄스음악은 지금 인기절정을 누리고 있으나 내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지 못하면 언제 붕괴할지 모를 '위험한 제국' 이라는 것이다.

탈출구는 ▶유로 - 힙합 이외의 새로운 서브장르의 개발 ▶브라운관 아닌 라이브 등 다른 홍보매체의 활용^싱어송라이터 등 음악성 있는 댄스가수의 발굴 등으로 압축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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