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젊은 검찰' 자기쇄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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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연일 발표를 미루며 진통을 거듭해온 검찰인사가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단행됐다.

검사장 전원의 자리가 바뀌고 21명이 대거 승진하는 검찰 최대의 인사다.

사법시험 15회 출신 8명이 새로 검사장에 승진하는 등 인사내용을 보면 검찰의 세대교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인사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먼저 착잡하고 걱정스런 생각부터 가질 수밖에 없다.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국민적 불신대상이 되고 있는 김태정 (金泰政) 법무장관이 바로 인사 주무장관이기 때문이다.

국가 최고사정기관인 검찰의 생명은 국민 신뢰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국민신뢰를 받는 새 법무장관이 인사를 하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 안들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과정에서 반발과 동요가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도 걱정되는 일이다.

검찰총장과 동기 (同期) 인 사법시험8회 출신 중 일부가 끝내 퇴진을 거부했고, 그 바람에 8회 중 두사람을 남겨두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8회 출신 전원을 퇴진시킨 과정을 생각하면 검찰의 팀워크나 단합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스럽다.

지금 검찰은 옷로비 의혹 수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문제로 국민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내부 단합마저 흔들린다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대규모 인사가 갖는 검찰분위기의 쇄신이나 업무자세의 재정비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한꺼번에 검찰조직을 뒤흔들게 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뜻밖의 대량승진으로 검찰 고유의 위계질서에 부조화 (不調和) 를 낳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인사권을 쥔 상부나 권력에 대해 눈치를 보는 경향이 더 조장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법원과 비교한 지나친 조로화 (早老化) 현상과 그에 따른 '다음자리' 를 의식한 눈치보기가 없을 것인가.

우리는 검찰의 새 팀이 이런 몇가지 우려를 하루빨리 불식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새로운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세대교체 또는 파격적 대폭인사가 나오는 까닭은 지금 체제에 문제점이 많고 이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검찰의 문제점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아첨을 하고, 정치성있는 사건을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권력에 줄을 대어 승진.영전을 노리는 따위의 행태가 검찰의 문제점이다.

검찰의 새 팀은 이런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빨리 조직의 안정과 팀워크를 회복하고 새 기풍을 일으키는 내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현안사건들을 명쾌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옷로비 사건만 해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고관집 절도사건의 피의자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혹사건들을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이 신뢰회복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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