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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급등 증시 전고점 돌파여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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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른바 '옷로비' 사건에 온나라가 휘말려 들어간 것 같던 한 주였다. 집권 여당이나 수사당국은 쉽게 잊어버리는 심성을 믿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번 일이 일반 국민에게 심어준 분노 이상의 허탈감은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다.

상당 기간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일반적 예상을 깨고 지난주 주식시장은 상당히 가파른 상승장세를 연출하면서 종합주가지수 8백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아직 거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고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의 매수세에만 기대고 있다는 한계가 느껴진다. 기관의 매수여력이 대단히 풍부하긴 하지만 유상증자 물량부담이 여전하고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29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실업률에서도 엿보이는 미국의 인플레 압력, 외환거래 규제 등 위안 (元) 화와 관련한 중국당국의 바빠진 행보처럼 해외에도 불안한 요소들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이번 주에 과연 지수 8백10선마저 뚫고 신고점 (新高點) 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에는 2기 경제팀이 구성된 뒤 처음으로 경제장관 간담회가 열렸다. 정부의 경기 인식과 관련해 주목을 받아온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는 이른바 4대 부문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재확인한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펼쳐온 경기부양적 대책들을 거둬들이고 안정쪽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의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가 인플레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판단이 앞으로 금리정책 등을 통해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심거리다.

또 이번 간담회에서 삼성자동차의 협상시한을 이번 주말까지로 한다고 언명함에 따라 삼성과 대우의 빅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책임이 있는 쪽' 을 제재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초의 대한생명 2차 입찰도 주목된다. 이번 입찰의 최대변수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알려져 있는 LG그룹의 참여 여부다. 이와 관련, LG는 공식적으로 참여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재경부장관과 금융감독원장이 번갈아가며 LG의 대생 인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5대재벌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짓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반도체 빅딜과 관련해 정부가 주선하다시피한 데이콤 인수는 괜찮고, LG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대생 인수는 곤란하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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