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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이 북한 변화시켜” … 북핵 공조 강화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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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송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스토리”라며 “잘만 되면 핵 문제에서 일부 진전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CIA 본부에서 블룸버그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미가 현재 대화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허니문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지·축소 등에 대해 협상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핵 국면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는 미국 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발언들이다.

이 같은 국면까지 발전한 데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컸으며, 북핵 폐기 때까지 중국과의 공조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바마 정부 내에서 큰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오바마는 ‘성공적인 스토리’의 원인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를 들었다. 그는 “지금껏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유엔) 제재를 실제 적용하도록 중국 등과 연합해 온 결과 효과를 보고 있다”며 “세계의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은 이제 떼를 쓰듯 큰소리만 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북한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13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북한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의 원조와 불법적 외화벌이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유엔 제재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한 모임에서 열린 강연에서 6월 말 북한 화물선 강남1호가 미얀마로 항해하던 중 미 군함의 추적을 받고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에 대해 “중국이 우리에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불법 무기를 적재한 의혹이 있는 선박에 대해 검색하도록 규정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데 중국이 실제로 동참했다는 뜻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다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데도 중국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개월의 중요한 상황 진전은 6자회담을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유지하려는 중국의 결정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정부와 워싱턴 싱크탱크 사람들 상당수가 중국을 북한에 의미 있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 대화’가 북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개입을 확대하려고 하는 미국의 의도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향후 북핵 협상 전개 과정에서도 중국과의 공조 노력을 최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위원장의 다자회담 수용 입장에 대해서도 “중국으로부터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이라는 입장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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